석가모니불의 경우에는 왼손바닥은 위로해 배꼽 앞에 놓고 오른손가락 끝은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주로 하고 있다. 마왕이 석존에게 “그대가 깨달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라고 따지자 대지를 수호하는 지신(地神)이 대신 증명할 것이라고 선언을 하니 땅이 갈라지면서 홀연히 등장한 지신이 이를 인정했다는 설화를 상징한 것이다. 이 외에도 설법할 때 손 모양을 의미하는 ‘전법륜인’(轉法輪印), 모든 두려움도 없애주고 중생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의미로 가장 많은 불상에서 볼 수 있는 ‘시무외인’(施無畏印) 등이 있다. 이 수인은 불상의 신앙적 의미가 담긴 손 모양으로 명상에 직접 쓰이지는 않는다.
반면에 왼손 검지를 세워 오른손으로 감싸 쥐는 법신불(비로자나불)의 수인인 ‘지권인’(智拳印), 손바닥을 포개고 엄지손가락을 서로 맞닿아 달걀을 쥔 듯 둥근 원을 만들어 아랫배에 올려놓고 명상할 때 주로 취하는 ‘선정인’(禪定印)은 각각 진언(眞言, 주문)과 선정(禪定) 수행에서 실제로 쓰이는 손 모양이다.
명상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선정인은 ‘법계정인’(法界定印)이라고 불리는데, 주의할 점은 양손에 힘을 줘서 엄지손가락이 위로 밀려 솟게 되면 호흡이 단전으로 가라앉지 않고 명치끝에 걸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양쪽 엄지손가락이 서로 살짝 닿을 듯 말 듯 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원불교의 대산 김대거 종사도 “손은 단전 밑에서 포개어 엄지를 마주 대거나 한 손은 단전 밑에 한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아 하늘과 땅을 향하는 것이 음양이 골라 맞느니라(대산종사법어 적공편 20장)”고 설명하고 있다.
그밖에도 극락세계의 주불(主佛)인 아미타불의 인도로 중생들이 극락에 태어나게 하는 아홉 가지 방법과 관련된 손 모양을 ‘아미타구품인’(阿彌陀九品印)이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 상품(上品)의 세 가지는 명상 수행을 할 때, 중품(中品)의 세 가지는 설법 중에, 하품(下品)의 세 가지는 중생을 극락으로 맞이할 때 취하는 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