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충돌할 때..
오피니언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충돌할 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8/10 15:13 수정 2023.08.10 15:13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얼마 전, 지인들과 중국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지인들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하게 됐다. 지인들은 중국이 여전히 우리 경제의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런 생각이 과거엔 옳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8년 우리나라 총수출의 26.8%를 차지해 정점에 도달한 후 하향 추세로 전환돼 2023년 6월 기준 19.6%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 수출 규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 비중 하락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특정 국가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역수지다.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2013년 628억달러로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 추세로 전환됐지만,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243억달러에 달했다. 그렇지만 2022년 12억달러로 급감한 후 2023년 6월 기준 131억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통계가 보여주는 바는 지인들 희망과 반대였다.

그런데도 지인들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해, 조만간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GDP 기준 중국은 2010년 미국 GDP의 40% 수준에 도달해 세계 2위를 차지한 후 2021년엔 80%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IMF는 2028년 정도가 되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과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별개 문제다.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봤듯이 중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 현상인가? 그렇지 않으면 구조적 문제인가?’인데, 지인들은 이를 일시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는 다국적기업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중국의 위상 변화다. 동남아 국가에 비해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미ㆍ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다국적기업 생산기지가 동남아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중국 투자는 감소하고, 대베트남 투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우리나라에 크게 의존하던 중간재 수요 감소다. 2020년 기준 대중 수출의 무려 81%가 중간재인데, 중국 기술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우리 중간재에 대한 필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진 반도체를 비롯한 석유ㆍ화학, 철강, 기계에 대한 우리 기업 경쟁력이 우위에 있지만, 중국 기술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이 분야에 대한 중간재 수요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의 필요에 의해 우리 중간재를 수요했다면, 동시에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 중간재에 대한 필요가 감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기업 발전에 비례해 우리 기업 기술 경쟁력이 성장하지 않는 한 현재 추세를 역전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며,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 시장 점유율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면, 2020년 기준 4%에 불과한 최종소비재 수출을 증가시켜 중간재 수출 감소를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2022년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삼성이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최종소비재 시장 역시 만만치 않다.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를 균열 낼 정도의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근거로 지인들이 균형적 시각을 가질 것을 열심히 설득했지만, 모든 토론이 그렇듯 지인들 주장과 근거를 확인하는 데 그칠 뿐 설득하지 못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지인들은 중국의 성장이 미국 중심 패권주의 질서에 균열을 내 지금보다 나은 세계를 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듯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 또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게 되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반대다.

더욱이 미국 경제에 우리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면, 동일한 논리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지인들은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듯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면 특정 국가 상황에 우리 경제의 운명이 좌우되며, 국제사회에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와 협력과 갈등하는 또 다른 강대국인 점을 감안하면, 지인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나친 의존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통계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이는 이중잣대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