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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세브란스의 기쁨 ..
오피니언

[빛과 소금] 세브란스의 기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8/22 13:33 수정 2023.08.22 13:33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연세대학교 하면 세브란스병원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근대 병원으로 가장 오랜 역사가 있는 세브란스병원. 그런데 왜 이름이 세브란스일까? 세브란스병원은 알아도, 그 이름이 사람 이름에서 따온 것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병원은 제중원이다. 고종 명에 의해 1885년 4월 10일 개원한 최초 서양식 왕립병원인 제중원은 설립 당시에는 광혜원(廣惠院)이었다. 그런데 고종은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개원 13일 만인 4월 23일 고종은 ‘대중(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의 제중원(濟衆院)이란 이름을 하사해, ‘광혜원’이란 이름이 ‘제중원’으로 바뀌게 됐다.

제중원은 갑신정변을 일으킨 홍영식 집을 압수해 병원 부지를 삼았고, 여기에 건물을 세워 당시 선교사 겸 의사였던 알렌으로 하여금 운영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 에비슨과 다른 의사들도 가세하게 됐다. 1886년 3월 29일에는 16명의 학생으로 ‘제중원의학당’이 문을 열어 한국 최초 서양의학 교육을 시작했다. 이후 제중원은 알렌과 언더우드, 에비슨 등 선교사들 노력으로 정부에서 운영권을 양도받아 선교회로 가져왔고, 이후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운영하게 됐다.

그런데 제중원은 한옥으로 된 건물에다 병원 시설이 많이 미비했다. 난방은 말할 것도 없고 급수, 하수시설이 돼 있지 않은 상태라 병원으로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당시 병원 운영을 맡았던 에비슨 선교사는 현대적인 건물에 좋은 시설과 의료인력을 갖춘 그런 병원을 꿈꾸게 됐다.

에비슨 선교사 부부가 조선에 온 지 5년 반 정도가 지났을 무렵 건강이 악화됐고, 그들은 안식년을 얻어 캐나다로 돌아가게 됐다. 캐나다로 돌아간 에비슨은 맨 먼저 토론토에 사는 친구인 건축가 고든(Henry B Gordon, 1855~1951)을 만나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을 말했다. “조선에 40병동을 지닌 근대식 병원을 세우게 건물을 설계해 달라” 그러자 고든이 물었다. “돈은 있소?” 에비슨 선교사는 “돈은 없지만, 꼭 필요한 일입니다. 완성은 하나님이 하실 터이니 당신은 설계를 해주시오” 그러자 고든은 그의 부탁을 듣고 40병동을 수용할 수 있는 근대식 병원을 무료로 설계해 줬다.

설계도면 대로 건축하려면 최소 1만달러는 들기에 이 기금을 모으기 위해 에비슨 선교사는 동분서주했다. 그러던 중 1900년 4월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만국선교대회에 참석해 ‘의료 선교에서 우의’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게 됐고, 여기서 당시 굴지 석유회사인 스탠다드의 대주주인 세브란스를 만나게 된다. 세브란스는 에비슨에게 동양에 병원을 세우고자 하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이때 에비슨은 고든이 설계한 병원 설계도를 보여주며, 조선에 연합의료기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계획을 말했다. 그러자 세브란스는 1만달러를 쾌척했다.

조선으로 돌아온 에비슨은 이 기부금을 갖고 병원 짓는 일에 착수했다. 병원 건립계획을 들은 고종은 병원 부지를 기증해 주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병원 건립이 지지부진해지자 세브란스는 5천불을 더 기부해 병원 부지를 마련하게 했고, 마침내 본격적으로 병원을 건축하게 됐다. 병원 건립은 순조롭지 않았다.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처음 예상은 1만달러가 들 것으로 생각했던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2만5천달러 이상이 들었고, 건축 기술과 인력 충원, 자재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이런 역경을 헤치고 마침내 40개 병동과 추가로 6개 격리병동을 갖춘 현대식 병원이 완공됐다.

그리고 새로 짓는 제중원은 병원 기증자 이름을 따서 세브란스 기념 병원(Severance Memorial Hospital)으로 정해졌고, 1902년 11월 27일 추수감사절 날 오후 3시에 주춧돌을 놓는 정초식이 거행됐다. 그리고 1904년 9월 23일 오후 5시 봉헌식을 올림으로써 조선 최초 현대식 종합병원 세브란스병원이 문을 열었다. 이날 에비슨 부인이 은제 열쇠로 병원 문을 처음 열었다고 한다.

에비슨 선교사가 거액을 기부한 세브란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주는 나의 기쁨이 더 크다(You are no happier to receive it than I am to gi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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