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인턴기자의 양산 자전거 ..
사회

●인턴기자의 양산 자전거 체험기
이제는 익숙해진 '아찔한 곡예운전'

이수민 기자 dbsldks@hanmail.net 245호 입력 2008/08/26 11:20 수정 2008.08.26 10:48

고유가 시대를 말하지 않더라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양산도 예외는 아니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ㆍ퇴근하는 직장인들, 통학하는 학생들, 시장을 보기 위해 나선 주부들. 양산 이곳저곳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자전거를 타다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만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도시기반은 열악한 상태다. 양산시민신문에서 한 달여 간 자전거를 이용해 출ㆍ퇴근을 해온 인턴기자의 눈에 비친 '자전거 도시, 양산'은 어떤 모습일까?


ⓒ 양산시민신문
 
나는 양산시민신문사에서 여름방학 동안 인턴기자로 일하면서 자전거로 출ㆍ퇴근을 하고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나는 양산역에서 북부동에 있는 사무실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출ㆍ퇴근하고 있다. 아침에 양산역을 나설 때면 가끔 보관소에 비에 젖은 채로 남겨진 자전거들이 눈에 띄곤 한다. 보관소에 별도의 가림막이 없기 때문에 밤새 내린 비에 미처 찾아가지 못한 자전거가 젖은 것이다. 한번은 나도 비에 젖은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로 출근을 한 적이 있다. 이왕이면 보관소를 설치할 때 관심을 좀 더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점선 같은 자전거 도로

아무튼 그런 생각도 잠시 바쁜 마음에 사무실로 가기 위한 페달을 밟는다.
보관소가 있으니 자전거 도로도 있겠지 하고 나섰지만 곧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보관소만 조금 벗어나면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 할 수 없이 양산역 맞은편 인도 위를 달리지만 페달을 밟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넓게 인도를 만들어 놓았지만 인도 한 가운데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인도 턱이 낮은 탓인지 인도 위로 제 자리인양 올라온 자동차들이 통행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며칠동안 인도를 이용하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차도를 이용하게 됐다.
 
다행히 아파트 단지 내로 접어들면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인도와 구분되지 않아 사람들을 피해 이리저리 곡예운전을 한다. 그나마도 자전거 도로는 점선처럼 군데군데 끊겨 '차라리 차도로 다니는 게 훨씬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어느 틈에 자전거는 차도를 달리고 있다.
 
양산역에서 출발해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신도시와 구도심을 가로지는 국도35호선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난관이다. 구도심부터는 자전거 도로는 고사하고 인도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별 수 없이 차도로 자동차 사이를 오가며, 때론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를 무시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간다.
 

모든 도로는 자동차의 몫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는 차들이 늘 많아 골목길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혜를 얻게 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하지만 여전히 골목길 양 옆으로 주차된 차들은 자동차, 자전거, 사람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주차된 차들 때문에 생긴 사각지대 탓에 골목길 사이에서 갑자기 빠져나온 차와 충돌할 뻔 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20여분 남짓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사무실 앞에 도착하게 된다. 이렇게 한 달을 지나다보니 곡예운전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시의회에서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시정질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시 역시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그 이후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느끼기가 쉽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자전거 정책으로 지금도 수많은 시민들이 곡예운전을 일상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