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
농ㆍ축ㆍ수산물 중에서도 특히 사과와 배는 전년 동월 대비 80.8%, 102.9%나 올라 물가 상승 주요 원인이 됐고, 토마토 또한 39.0%나 올랐다. 이를 두고 흔히 ‘금사과’, ‘금배’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가 궁금한 것은 왜 굳이 비싼 사과와 배를 고집해야 하느냐다. 사과와 배 가격이 비싼 것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많이 감소한 탓이라고 한다. 지난해 3월 이상 고온으로 꽃눈이 일찍 개화한 상태에서 4월 말 서리 등 저온 피해가 발생해 수확량이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공급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수요가 여전하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으로 보인다. 올해의 경우 국산 과일 작황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사과와 배 가격은 안정될 것 같다. 그렇지만 제철 과일이 출하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그때까진 여전히 가격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필자는 우스갯소리로 사과와 배가 비싸면 다른 걸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한다. 실제, 망고와 바나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4.6%, 9.2% 하락해 국산 과일에 비해 많이 싸다. 망고와 바나나가 사과와 배의 대체제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요즘 바나나를 매우 자주 먹는다. 시장에 가보면 가장 싼 과일이 바나나고, 굳이 사과를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ㆍ축산물 외에도 품목별로 보면 전기ㆍ가스ㆍ수도 요금도 전년 동월 대비 4.9%나 올랐는데, 그중 난방비가 가장 높고 다음이 도시가스, 전기료다. 이는 중동 정세가 불안해 국제 유가와 LNG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이 문제 역시 단기간에 안정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 끝에 필자는 얼마 전 방바닥에 깔 토퍼를 구입했다. 이게 합리적 선택이었는지 좀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 덕에 밤에도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고민을 필자만 하고 있을까? 물가가 오르면서 상당수 가게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것이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 폭은 1%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3%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잘 관리할 것이라 믿지만, 그럼에도 조만간 그런 시절이 다시 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 못지않게 개인 역시 합리적 선택을 통해 고물가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