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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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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기철 시인과 책 숲 산책(散冊)-72] ‘가고 싶다 미술관!!’

홈페이지 담당자 기자 119@dkbsoft.com 입력 2024/02/22 09:17 수정 2024.02.22 09:21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이소영

이기철
시인
2016년 4월, 서울 DDP 디자인 둘레길(533m)에서 열린 전시회 하나가 화제였다. ‘누워서 보는 전시회’. 제목도 ‘백두대간 와유(臥遊)전’. 총길이 150m에 달하는 큰 그림을 감상할 방법은 여러 가지. 지나치거나 멈추거나 걸어가거나. 그중에 눈에 띈 것은 관람객 편의를 위해 편안한 자리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씨가 우리나라 산과 계곡을 본떠 만든 구릉 모양 의자 자리를 곳곳에 비치해 와유(臥遊) 관람이 가능토록 했다.

1925년 문을 연 서울역, 지금 대합실 모습은 어떨까? 2011년, 복합문화공간 ‘문화역 서울 284’로 변신했다. 그간 이곳에선 여러 전시회가 많이 열렸다. 이달 25일까지 ‘2024 전통 생활 문화축제 오늘 전통전’이 열린다. 오래전 살림살이 집과 전통 놀이에 관한 아기자기함이 그 시대를 따라가게 만드는 정감 있는 시간이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장소는 상황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지만, 재창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르세 미술관은 옛날 기차역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원래 궁(宮)이었다. 심지어 테이트 미술관은 감옥이었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표지.

미술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이소영 작가가 쓴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에 비슷한 내용이 등장해서 위 두 가지 장면을 예로 들었다. 이 책은 목차만 읽어도 우리가 그간 궁금해했던 미술관(전시관, 갤러리, 뮤지엄, 박물관 등 어떻게 불러도 좋다)에 관한 자잘한 듯 보여도 매우 유용한 내용이 그 시대 역사와 함께 버무려져 맛깔나게 설명돼 있다.

작품 걸기 높이, 관람 시간, 방법, 전시 환경, 보존, 청소, 재난 대비, 수장고, 굿즈 판매장, 카페 등 아리송하지만 쑥스러워 접어둔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세상에 없던 미술관 이야기’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첫 페이지부터 읽을 필요 없다. 시쳇말로 구미 ‘땡기는’ 장면을 먼저 찾아가도 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작가가 직접 그린 책 홍보 표지에 그린 그림을 보면 미드, ‘가십 걸’에 나오는 금수저 일당들이 요거트를 먹으며 폼잡는 장면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 계단이다. 여기서 ‘계단’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넘어지면 다친다는 주의 사항이 아니라 원래 계단은 권력 상징이다. 청와대 본관 내부 계단도 그렇지 않던가? 은근한 과시다. 작가는 영악하게 이렇게 독자들을 유도해 미술관으로 자연스럽게 입장시킨다.

작가가 직접 그려서 책 소개한 장면.

영화관, 서점, 음반 가게는 쇠퇴 혹은 내리막길인데 유독 미술관은 왜 호황일까? 본점 인기를 넘어 분점도 여러 곳에 두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관, 북서울관, 남서울관이 있고, 심지어 서울시립미술관 아카이브 ‘세마’ 창고도 있다. 국내뿐 아니다. 루브르미술관은 두바이 아부다비에도 있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 빌바오에도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나?. 아트페어는 정신없을 정도로 많다.

이제 전시장에 걸린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그때는 어땠고 지금은 어떠한가? 얼마 전 사진가 P와 나눈 이야기. 전시장은 훌륭한데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액자 처리가 잘못돼 작품이 반사돼 감상이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해당 작가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일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다. 빛이 살리는 작품이 있고 죽이는 경우도 있다. 요즘 전시장은 대부분 ‘화이트 큐브’를 선호한다. 형식 없는 흰 벽과 무채색 바닥으로 이뤄진 사각형 전시 공간을 일컫는다. 그럼 작품 감상에 적절한 높이는? 17~8세기 프랑스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 전시회 풍경을 보면 너무 높이 걸려 있다. 배경도 화려하다. 도무지 지금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구조. 목이 부러지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가장 좋은 높이는 눈높이 언저리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쳐다보는’에서 ‘걸어 다니며’ 보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심지어 작품 설치위원회까지 있었다잖아.

작품 한 점을 보는 시간도 연구한 바 있다. 결론은 ‘지 맘대로’다. 심지어 뛰어가며 본 사람도 있다. (물론 영화에서지만- 장 뤽 고다르, ‘국외자들’, 1964)

지난해 국립진주박물관을 방문한 적 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알찬 전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진주라는 역사성에 깔맞춤했다. 전시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맞닥뜨린 곳이 아트숍이었다. 거기서 나전 칠함을 본뜬 필통과 임진왜란을 서술한 오희문 ‘난중일기’도 구입했다. 1920년대에 벌써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복제 엽서와 포스터를 판매하는 매장이 있었다. 요즘 미술관에는 카페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많다. 미술관 옆에 동물원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실제 미술관과 동물원이 같이 있는 곳은 과천 서울대공원‧국립현대미술관. 바로 옆엔 서울랜드가 있으며 동물원이 존재한다. 이성재, 심은하 주연, ‘동물원 옆 미술관’ 영화 배경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소영 작가는 과학의 눈으로 미술을 읽고(‘실험실의 명화’), 화가 도구와 기술 중심으로 그림을 이해하는(‘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사람이다. 현재 수원에서 책방, ‘마그앤그래’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 그녀 책은 무엇이 될지 가늠해 본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것‘이 아닐까?

 

장 뤽 고다르 영화, ‘국외자들’ 중 한 장면.(세 명의 배우가 루브르 박물관을 가로질러 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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