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
왜 하필 테니스가 수명을 늘리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었을까? 이들 중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운동은 배드민턴인데…. 8가지 운동 가운데 테니스가 가장 경제력이 요구되는 운동임을 고려하면 당장 경제적으로 가장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건강관리도 잘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한 결과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물론,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은 이를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테니스가 장수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따지는 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필자가 주목하는 바는 저자들이 밝힌 해석이다. 이들에 따르면 장수에 가장 큰 도움이 된 3가지 운동의 공통점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니스, 배드민턴, 축구는 여러 명이 같이하는 운동이지만, 나머지 5종목은 혼자 하는 운동이다. 여러 명이 같이하는 운동 특성상 경기 중 음료를 먹으면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친밀감을 형성해 사람들 간 좋은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고, 결과적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람들 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사회적 유대가 견고할 때, 건강을 더 잘 지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왜 축구가 아니고 테니스인가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축구 역시 에너지 소모가 많고 여러 명이 하는 운동의 특성상 사람들 간 관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친밀감의 집중도가 테니스나 배드민턴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한 운동이 반드시 테니스일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테니스가 아니더라도 홀로 운동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깅을 하더라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면서 하는 것이 좋고, 수영을 하더라도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 해석을 확장해 보면, 인간은 혼자 사는 고양이나 호랑이와 달리 집단으로 모여서 함께 살아가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견고한 사회적 유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경제적 풍요만으론 행복하게 살 수 없음을 의미한다. 2023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7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는데, OECD 38개국 중 35위에 해당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오를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달성했지만,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경제적 풍요가 좋은 음식과 술을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맛있는 음식과 술은 좋은 삶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는 평범한 상식을 상기시킨다. 행복하게 살려면 맛있는 음식과 술을 혼자 먹지 말고,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기쁨과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혼자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