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이렇게 갑자ㆍ을축ㆍ병인(甲子ㆍ乙丑ㆍ丙寅)년으로 시작해서 신유ㆍ임술ㆍ계해(辛酉ㆍ壬戌ㆍ癸亥)년까지 60년을 지나면 다시 갑자년부터 새로 시작하는데, 이것을 60갑자라고 한다. 환갑(還甲)이란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갑진년은 60갑자의 41번째 해다.
사료상 최초의 간지는 부여 사택지적비(砂宅智積碑)에 갑인년(甲寅年)으로 나타난다. 사택 가문은 백제 무왕(서동)과 신라 선화공주 이야기와 관련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당시 백제 최고 권력 가문인데, 이 비의 건립 시기가 백제 의자왕 14년(654년)인 것으로 보아 이 시기 이전부터 60갑자가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12지는 열두 띠 동물을 나타내는 것으로, 5번째인 진(辰)은 곧 용인데, 방위로는 동남방, 달로는 3월, 시간으로는 오전 7~9시를 나타낸다. 그런데 왜 내년 2024년은 용 중에서도 청룡띠 해가 되는 것일까.
우리 민속의 전통적인 상징 체계에서 10간은 각 둘씩 다섯 방위와 그에 따른 색, 즉 오방색으로 상징한다. 순서대로 갑ㆍ을(甲ㆍ乙)은 동(東)으로 청(靑)을, 병ㆍ정(丙ㆍ丁)은 남(南)으로 적(赤)을, 무ㆍ기(戊ㆍ己)는 중앙(中央)으로 황(黃)을, 경ㆍ신(庚ㆍ辛)은 서(西)로 백(白)을, 임ㆍ계(壬ㆍ癸)는 북(北)으로 흑(黑)을 각각 나타낸다. 그래서 갑진년은 청룡띠 해가 되는 것이다.
띠는 양력도 음력도 아닌, 입춘을 새해 첫날로 하는 절기력(節氣曆)을 사용하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2024년은 2월 4일 입춘 절입 시각인 오후 5시 27분부터 용띠 해가 시작된다. 따라서 이 시각 이전에 태어나는 아이는 아직 계묘년(癸卯年) 토끼띠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우리 독자 중에도 생일이 양력 1월 1일부터 2월 4일께 입춘 사이인 분이 있다면 혹시 남의 띠로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용은 12지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모습을 보면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수염은 메기,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또는 개구리),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이렇듯 초현실적인 강력한 존재로서 용은 왕실에서는 제왕의 상징으로, 불교에서는 불법 수호자로, 민간에서는 물을 다스려 비를 내리고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신령스러운 존재였다.
우리 민속에서 용은 물과 비를 상징하며 수신(水神), 우신(雨神)으로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은 구름과 바다를 관장하는 용에게 풍농과 풍어를 빌었다. 우리 양산의 가야진용신제는 용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사독제(四瀆祭)이다. 삼국시대 이래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물과 관련해 용신에게 기원하는 제사로 이어졌다.
또한, 용은 특히 물로써 화마(火魔)를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이는 목조 건물이 대부분인 사찰에서 용의 형상을 많이 볼 수 있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용은 황룡, 청룡, 적룡, 흑룡, 백룡 등이 있는데, 그중 청룡이 으뜸이다. 오방위 중 푸른색으로 상징되는 동쪽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구려 벽화 고분의 사신도(四神圖)에서 좌측(동쪽)에 청룡을 그렸고, 풍수지리에서도 ‘좌청룡’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용도 처음에는 물고기였다. 통도사 범종루와 양산시립박물관 전시물 중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魚變成龍)’ 목어(木魚)가 있다. 복숭아꽃이 필 무렵 거친 황하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 잉어는 상류 용문폭포에서 다퉈 뛰어오르는데, 폭포 위에 오른 잉어만이 용으로 승천한다는 이른바 등용문(登龍門) 고사다.
용과 관련된 사자성어 또한 많은데 몇 가지만 열거해 보자. 뜻은 직접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어변성룡(魚變成龍), 비룡승운(飛龍乘雲), 와룡봉추(臥龍鳳雛), 용동봉경(龍瞳鳳頸), 용안호미(龍顏虎眉), 용행호보(龍行虎步), 용호상박(龍虎相搏), 화룡점정(畫龍點睛) 등. 글쓴이는 이 중에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어변성룡을 첫째로 꼽고 싶다.
전국 어디나 그렇겠지만, 우리 양산에도 통도사 창건 설화 속의 9룡, 승천하지 못한 가야진사의 3용, 오봉산에 봉인된 5룡 등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잘못 알려진 용 이야기도 있다. 상북면 대석마을의 홍룡폭포(虹瀧瀑布)가 그것인데, 한글과 한자의 표기를 다르게 쓴다. 그 유래가 용(龍)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 폭포를 심지어 한자로도 虹龍이라고 쓰기도 한다. 홍롱폭포라고 하든지 본디 이름인 홍동폭포(虹洞瀑布)라고 해야 옳다. 이 문제는 다음에 다시 거론하기로 한다.
올해도 졸고에 공감을 표하고 격려해주신 독자들과 귀한 지면을 할애해 준 양산시민신문에 감사드리며 새해 두루 평안하고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