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저출산과 만들어지는 불안..
오피니언

저출산과 만들어지는 불안

홈페이지 담당자 기자 119@dkbsoft.com 입력 2023/12/05 10:18 수정 2023.12.05 10:18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데, OECD 국가 중 1.0보다 낮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관련 연구자들에 따르면 합계출산율 1.0 미만은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전쟁 등과 같은 재앙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인류 역사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뉴욕타임스 한 칼럼니스트는 14세기 유럽 인구를 극적으로 감소시킨 흑사병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재앙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초저출산은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어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올라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2016년 기준 OECD 국가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그룹에 속한다. 더욱이 OECD 국가들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증가하고 있기에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인구학적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인구학적 변화란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빠르게 감소한 것을 말한다. 1995~2017년 사이 15~49세 여성 인구는 62만명이 감소하는데, 주 출산 연령대인 20대 후반 여성 인구가 66만명 감소하고,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52만명 줄어들었다. 반면, 40대 여성 인구는 165만명이 증가했기 때문에 전체 출생아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설명 역시 많이 부족하다. 주 출산 연령대 여성 인구가 많이 감소한 것은 저출산 원인이라기보다 저출산이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구학적 변화로 흔히 언급하는 초혼 연령 상승 역시 마찬가지다. 1995년 남성과 여성 초혼 연령이 각각 28.4세와 25.3세였다면 2017년에는 32.9세와 30.2세로 크게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 출생은 대부분 결혼 가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초혼 연령이 크게 올라가면서 초산 연령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합계출산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맞는 말이지만, 왜 초혼 연령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는 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에서 저출산 원인을 찾는다. 고용ㆍ주거ㆍ양육이라는 3대 불안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초저출산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일수록, 자녀에 대한 지원 의무감이 강할수록 결혼 의향이 낮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근무할수록 결혼 의향이 현저히 높다는 한국은행 분석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고용ㆍ주거ㆍ양육은 모든 나라 청년이 경험하는 공통 문제인데, 왜 우리나라 청년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할까? 이에 대해 필자는 고용ㆍ주거ㆍ양육에 대해 정상적인 표준을 유난히 강조하는 우리 사회 지배적 문화와 제도가 불안을 증폭시키는 큰 요인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을 던져 본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