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현 국민연금공단 양산지사장 |
올해 6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98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1천302조4천억원을 조성해 319조4천억원을 연금으로 지출하고, 983조1천억원을 보유 중이며, 이 가운데 535조3천억원은 그간 투자 운용 수익이다.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올해 우리나라 1년 예산인 638조7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1년 예산보다 많은 기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고갈이라는 얘기로 불안이 조성될까? 2022년 5월 500만명이던 연금수급자는 1년 만인 올해 상반기 650만명에 근접했다. 2040년엔 1천755조원가량 기금이 적립된다지만, 수급자 증가 대비 생산인구 급감으로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줄어들어 기금적립액은 하향곡선을 그을 것이며, 현재 운용 방식을 고수한다면 2055년 즈음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면 MZ 등 미래세대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 제도 무용론을 펼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불안과 불신으로만 대응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연금은 변화해 가는 시대 상황에 맞춰 재정 건전성 평가와 제도의 발전적 방향 제시 등 종합운용계획을 조율하는 건강검진을 5년마다 받는다. 올해는 그 다섯 번째 건강검진으로 주요 쟁점은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보험료 인상과 지급 시기를 늦추자는 재정 안정화 주장과 초고령사회로 높은 노인빈곤율 문제 해결이라는 큰 전제를 위해 소득대체율 즉, 국민연금 본래 취지를 살린 연금수급액을 어느 정도 올리자는 의견으로 나뉘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일 뿐이다.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고민의 시간인 것이다.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젊은 세대를 걱정하는 의견과 퇴직 등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세대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으로 갈린 상황으로, 어느 나라든 어느 정권이든 연금제도를 손질하는 데에는 사회적 불안을 불러오는 민감한 요소가 내재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월 1일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주요 내용은 기금 안정화에 무게를 둔 보험료율과 수급 연령 상향이었다.
재정 안정화 담보와 소득대체율 상향을 위해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국내ㆍ외에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더 내서 기금 고갈을 막는 방법, 이를 위한 투자전문가 양성과 더불어 전문가 이탈 방지책, 그 외 조세와 예산 등 국가 부담을 높이는 방법,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 등 여러 가지 방안으로 신ㆍ구세대가 함께 수긍할 수 있는 대책이 있을 수 있겠다.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이 10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으로, 어떠한 답안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상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과 여기에다 사회보장기여금 비중을 추가한 국민부담률을 보면 2019년 기준 OECD 주요국 평균 각각 24.5%, 33.4%인 반면 우리나라는 19.2%와 25.5%다. 조세와 사회보장 재원 규모가 반드시 국민 개개인 행복의 크기와 비례하진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국민 행복을 더 크게 마련할 수 있는 장치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 크기는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먹고살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의 지시계이기도 하다. OECD 평균 수치가 부럽다면 국민의 이해와 세대 간 타협이 전제돼야 함은 틀림없을 것이다.
국민부담률에 반영되는 국민연금은 세대를 잇는 보험 원리의 사회보장제도서 공적 보험이며, 노후소득 보장 장치의 기본이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북한군 장교가 촌장에게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뭘 많이 먹여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대답을 한다. 마을주민이 배부르게 먹으니 조화롭게 잘 산다는 뜻일 게다. 시대 상황이 달라 단순히 잘 먹는다는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는 지금엔 그 말이 여러 가지 삶의 질을 내포한 말일 터. 먹고사는 문제가 세대를 이어가며 갈등의 순간으로 치닫지 않길 바라며 언젠가 노년을 맞이할 MZ 등 미래세대가 연금 개혁 필요성에 더 많은 신중한 관심을 두길 바라는 부탁과 함께 저출산으로 생산인구 감소에 따라 부담해야 할 국민부담률 증가를 볼 때 젊은 세대를 위한 노년층의 고민 등이 어우러지고 연금제도의 방향타를 잡을 정부와 국회의 대처,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의 충실한 실무적 역할로 세대를 잇는 상생의 연금이 지속돼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살길 간절히 바라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