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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중국은 여전히 한국경제에 기회의 땅인가?..
오피니언

중국은 여전히 한국경제에 기회의 땅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5/08 10:53 수정 2023.05.08 10:53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과거 중국은 우리 경제의 기회의 땅이었다. 중국은 2003년 전체 수출의 18.1%를 차지하여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 됐고, 2013년에는 중국 시장에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가 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2018년 총수출의 26.8%를 차지해 정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3년 3월 현재 19.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미국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2011년 10.1%를 차지해 저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3년 3월 현재 17.7%를 기록 중이다. 2023년 4월 초 기준으로 하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이 상황은 무역수지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3년 628억달러를 차지해 정점을 기록한 후 2020년 237억달러, 2021년 24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2022년 12억달러로 급감한 후 2023년 4월 10일 현재 90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대미국 무역흑자는 2020년 166억달러, 2021년엔 227억달러, 2022년엔 280억달러를 기록했고, 2023년 4월 10일 기준 8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대중국 무역흑자가 12억달러에 불과하고, 2023년 4월 10일 기준 대중국 무역적자가 9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상황은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추세적으로 보면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던 위상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가? 이는 한편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던 위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은 다국적기업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해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다. 그렇지만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다국적기업 생산기지가 동남아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대중국 투자는 신규 진출이 거의 없어 감소하고 있지만, 대베트남 투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중국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나라에 의존하던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무역구조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대중 수출의 무려 81%가 중간재이며,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중국은 우리 고기술 부품을 수입해 최종재나 중간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중간재를 수입ㆍ가공해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전체 수입에서 중간재와 가공무역 비중이 각각 53%, 20%에 불과하고,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달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이처럼 중간재 수출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국 기술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우리 중간재에 대한 의존이 약화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진 반도체를 중심으로 석유ㆍ화학, 철강, 기계에 대한 우리 기업 경쟁력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 특히, 대중 수출의 40%에 달하는 반도체 분야가 그러한데,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경우 대중국 수출 역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중ㆍ장기적으론 이 분야 역시 중국 기술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경쟁 관계에 놓일 것으로 판단된다.

최종 소비재 수출을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에 균열을 낼 정도의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니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세계 최고 자동차 메이커가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 2022년 기준 10.6%를 점유해 5위를 차지했지만, 중국 시장에선 2%도 되지 않으며, 2022년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22%를 점유해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이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요컨대, 중국은 기회의 땅으로서 지위를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이는 모든 나라가 그렇듯 선의로 우리 중간재를 수입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국 기술 수준이 상승해 필요가 약화될 경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최종 소비재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최종 소비재 시장이 녹록한 것도 아니다. 중국에 대한 냉정한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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