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구순 할머니가 그린 그림에 유명 화가도 매료..
사람

구순 할머니가 그린 그림에 유명 화가도 매료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2/11/21 14:35 수정 2022.11.21 14:40
4년 전 남편 여읜 뒤 독학으로 그림 공부
12월 1일 전시회 앞둬… 달력으로도 제작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달력을 든 염갑순 할머니. [염갑순 할머니/사진 제공]

 

“아흔 살 할머니의 행복한 인생이 충만해 있습니다”, “색감과 기술도 독학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습니다.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20일, 동양화가 최성숙 씨가 양산 북부동 한 표구점에서 전시회를 앞둔 염갑순 할머니를 반갑게 안아주면서 전한 말이다.


고인이 된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아내인 최성숙 화가는 염 할머니 둘째 아들 이종국 씨와 인연으로 작품을 접하고 금방 마음을 홀렸다고 한다. 분명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임을 알아본 그녀는 아들에게 부탁해 할머니를 만나 점심을 먹고, 차도 같이 마시면서 전시할 작품을 포함해 모든 창작품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문신아트(주)가 매입하겠다고 깜짝 제안했다.

최성숙 화가는 “오늘의 작가들이 할머니 예술혼을 본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전시는 물론 티셔츠와 가방 등 상품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숙 화가(왼쪽)를 만난 초보 화가 염갑순 할머니(오른쪽). [염갑순 할머니/사진 제공]

유명 화가의 관심을 끈 염 할머니는 올해로 아흔 살로, 슬하에 57~66살 3남 1녀를 두고 있다. 초등학교를 채 졸업하지도 못한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집에서 돌보다 4년 전 여읜 뒤, 우울증을 앓다 의사와 아들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여자라는 이유로 큰아버지 반대로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업을 포기했던 할머니는 어릴 때 곧 잘했던 그림 실력을 되살려 조금씩 꽃피우기 시작했다. 그런 어머니 재능을 눈여겨본 아들들은 스케치북과 색연필, 물감, 참고용 사진과 그림을 가져다주며 그림 공부를 응원했다.

57년 전 자녀들과 찍은 사진과 헌사로 꾸민 달력 표지. [염갑순 할머니/자료 제공]

그림 수십여 점이 모이자, 자녀들은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자며 뜻을 모아 내년도 달력 500장을 제작했다. 달력은 1월 동백과 새, 3월 홍매화, 8월 해바라기 등 계절에 맞춘 꽃을 위주로 하면서, 2월 초가 고향 집도 함께 넣어 누구라도 친숙함을 느끼게 했다. 달력 첫 장에서는 자녀들이 “구십 평생 헌신하신 어머님께 바친다”는 헌사를 담기도 했다.

작품을 감상한 김성헌 평론가(부산미협 학술평론분과 회장)는 “염 할머니 목련꽃 3점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하는 조카에게 선물한 ‘꽃피는 아몬드나무’의 소박미와 그 따뜻한 마음 표현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염 할머니는 “늘 가는 한의원에 달력을 가져다줬더니, 훌륭한 아들 꼭 와서 차 한잔하고 가라고 당부했다”며 자식들이 공을 인정해주니,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어머니”라고 말했다.

한편, 염 할머니 작품은 12월 1일부터 3일간 양산시노동자종합복지관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전시회에서는 할머니 작품 21점과 큰아들인 이종락 전 양산문인협회장 시와 수필 5점도 함께 선보인다.

 

염갑순 할머니 작품 ‘목련’. [염갑순 할머니/사진 제공]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