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발전기금은 ‘선택과 집중’
언론기금과 입법 취지 차별화 강조
‘지역신문발전기금 존치평가와 국가 보조금사업 연장평가에 따른 분석’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바른지역언론연대/사진 제공] |
일반적 평가 지표 개선 ‘절실’… “지역신문 특수성 고려해야”
2004년 제정돼 건강한 풀뿌리 지역언론을 지원해온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은 지방소멸 시대에 언론시장이 점점 악화하는 현실에서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연장과 연장을 거듭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특별법’에서 ‘상시법’으로 전환됐지만, 정부 지원 규모는 오히려 해마다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급기야 지역신문 특수성을 외면한 채 언론진흥기금과 사업 내용이 유사ㆍ중복한다는 단순 논리로 통합ㆍ이관하라는 정부 부처(기재부)의 강요(?)가 도를 넘고 있다. 시ㆍ군ㆍ구 풀뿌리 지역신문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재원 여부 등만을 따지면서 지역신문 위상을 평가절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 풀뿌리 지역언론인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신문발전기금 존치평가와 국가 보조금사업 연장평가에 따른 분석’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가 5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역대급 태풍에도 전국에서 100여명의 지역신문 종사자가 참석해 기금 존치평가와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에 대한 분석에 이어 대안을 모색했다.
이용성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바른지역언론연대/사진 제공] |
“언론진흥기금과 차별성 등 대응 논리 보완해야”
이용성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은 ‘지역신문발전기금과 기금 존치ㆍ국고보조금 연장평가’라는 주제발표에서 “3년마다 하는 기금존치 평가는 ▶개별 사업 적절성 ▶재원 구조 적정성 ▶기금존치 타당성 등 3개 기준 지표로 구성돼 있다”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언론진흥기금으로 인해 개별 사업 적정성 지표 가운데 ‘사업 중복성ㆍ유사성’, 재원 구조 적정성 지표에서는 ‘타 기금과 중복성ㆍ유사성’에서 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기금의 존치평가에 적용하는 평가 지표가 지역신문발전기금에 유리하지 않다”며 “이는 지역신문발전기금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지역신문발전기금과 언론진흥기금의 중복성, 관계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사업 중복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금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조건부 존치가 기재부 평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기금 평가에 참여하는 평가단 구성원이 지역신문 저널리즘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며, 문체부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언론진흥재단이 기금 평가에 제대로 대응했는지 의문”이라고 언론진흥기금과 차별성 근거 등 대응 논리를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 [바른지역언론연대/사진 제공] |
문체부, 새 성과 지표 마련… 중복성 해소 노력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발행인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회에서 강연경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 정책과장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 목표와 성과 지표를 새롭게 마련하는 등 언론진흥기금과 중복성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강 과장은 “지역신문 구독자 대상 저널리즘 품질 설문조사 시행, 지역 기사 생산 건수 측정과 같은 새로운 평가 방법을 제안했다”며 “재정 당국(기재부)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일반회계 전입금과 타 기금 재원 확대로 재정 기반을 안정화하고, 상시법 전환에 맞춰 정책 방향 개선을 위해 지역언론, 전문가와 소통해 지역신문 발전 지원 3개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금평가단에서 활동하는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신문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고, 지역신문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된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신문법이 상시법이 되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하며, 기금 평가에서 지적돼 온 언론진흥기금과 중복성은 지역신문 특수성과 차별성을 부각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사회에 기반한 사업을 특화하고, 그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들 목소리를 반영해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왼쪽). [바른지역언론연대/사진 제공] |
지역신문법, 무늬만 상시법 속내는 무시법… 각종 제안 ‘눈길’
뒤이어 토론자로 나선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역신문법이 무늬만 상시법이고, 실제 속내는 무시법’이 아니냐며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전 부위원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고갈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현 윤석열 정부는 지역신문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홀대하고 있으며, 지역 일간지는 기금 지원 규모가 점점 줄어들어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고 ‘코끼리 비스킷’이라고도 한다”며 “정말 지역언론을 지원하고 싶다면 포털 종속 플랫폼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경쟁력을 갖게 하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식으로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신문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된 만큼 ▶각 지자체 미디어 지원 관련 조례 제정 ▶지역민 공론화를 통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공개 모집 ▶입법을 통해 네이버 등 포털의 공적 책임 부여와 뉴스 관련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통한 재원 마련 등 아이디어를 내놔 주목받았다.
우희창 전 지역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은 “저널리즘 품질 향상도는 지역신문 지원 최종 목표라는 점에서 적절할 수는 있지만, 통제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며 문체부가 제안한 저널리즘 품질 향상도나 지역 기사 생산 건수를 성과 지표로 삼는 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지금의 지역신문 지원 정책은 길을 잃었으며, 애초 목적은 사라지고 오로지 지원만 남았다”며 “산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 원점으로 가야 하듯 언론진흥기금은 신문 전반을 지원하고 있고, 지역신문기금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별 지원하는 등 처음 입법 취지로 되돌아가면 문제 해결은 대단히 쉽다”고 강조했다.
지역신문법 먼저 제정, 중복성 문제는 언론진흥기금이 해결해야
지역신문 현장에서 활동하는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는 기금 통합 권유를 지역신문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렇다면 건강한 지역신문이 없어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신문 전반을 지원하는 언론진흥기금과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차이를 강조했다.
오 대표는 “조선일보 등 전국 일간지는 대기업, 광역 단위 지역신문은 중소기업, 기초 단위에서 발행하는 주간 지역신문은 사회적기업”이라고 비유한 뒤 “정부가 사회적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식과 재원이 다른 것처럼 지역신문을 거대 일간지와 통합해 지원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사회적기업 창업과 육성을 지원하는 이유는 지역사회 공헌과 사회적 목적 추구에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신문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물론, 지방자치 발전과 견제 등 언론 역할까지 포함하는 만큼 지역신문에 대한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과 언론진흥기금의 중복성 지적에 대해서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언론진흥기금보다 먼저 만들어졌는데 후발주자가 만든 사업과 중복한다고 뭐라고 한다”며 “상식적으로 중복성 문제에 대한 지적은 언론진흥기금 쪽에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종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 [바른지역언론연대/사진 제공] |
지방소멸시대, 기금 지원 축소는 ‘심각한 일’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윤덕 국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은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는 풀뿌리 지역언론에서 시작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중앙언론이 발달한 구조로,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많아 풀뿌리 지역신문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지방언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지역신문발전기금 존치에 대한 건설적 토론이 이뤄져 풀뿌리 목소리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종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은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지방 권력을 비판ㆍ감시하는 지역언론이 없다면 지역사회는 병들어갈 것”이라며 “토론회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고 건강한 지역신문을 키워온 마중물인 지역신문발전기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상표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우선지원선정사협의회장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안정성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기획재정부는 기금 존치평가와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라는 장치를 통해 지역언론을 옥죄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토론회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하고 “우리에겐 낯설기만 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존치평가와 국가보조금사업 연장평가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분석해 개선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윤덕 국회의원(민주, 전북 전주시 갑)이 주최하고, (사)바른지역언론연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우선지원선정사협의회가 주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ㆍ김두관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유의동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네트워크,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이 후원했다.
이 기사는 (사)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기사로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