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석 부경대학교 경제학 박사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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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이후 조선산업 신조 발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11월, 12월 조선 3사의 수주 초량은 2020년 전체 수주의 48%였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해양조선(현대중공업)은 전체 수주 목표량 36%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량의 65%를, 대우조선해양도 26%를 수주했다. 4월 이후에도 대형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 3사의 새로운 선박 발주 증가는 경남도와 부산의 조선기자재산업, 소재산업(철강금속ㆍ석유화학산업), 기계산업의 동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조선산업은 철강 수요를 가장 많이 하는 산업이라 철강과 금속구조물산업 산출을 촉발하며 다양한 부품과 엔진 관련 부품을 기계산업으로부터 매입한다. 선박 제조는 동남권 내 연관산업 전체 산출을 유발한다는 의미다.
2021년 선박 발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배경에는 세계적인 물동량 증가와 지난 수년간 수주절벽으로 인해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 보유 물량 감소를 반영한다. 물동량에 비해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 적다는 의미다. 이는 조선업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전환했다는 말이다. 이는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성장 계기가 될 듯하다. 한국 조선업의 제조역량이 경쟁국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조선업 침체 국면에서 많은 이가 조선업은 곧 쇠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예상의 배경에는 선박 장기침체로 새로운 선박 수요가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조선사들 경쟁력이 중국 조선사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존재했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가격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업 자체가 중위기술산업으로서 중국이 충분히 추격 가능한 분야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국이 유럽 조선사나 일본 조선산업을 추격했듯이 중국도 한국을 추격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 중국 저가 공세의 이면
실제로 중국 조선사들은 자국에서 발주하는 대량의 선박 수요로 인해 신규 선박 발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으며, 중국 국책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세계 주요 선주들도 중국선박 수요를 늘려갔다. 그 결과 선박 수주에서도 중국 조선사들이 세계적인 선두를 나타내며 한국 조선사들이 누리던 지위를 대체했다.
중국의 저가 수주가 이어지자 국내 대형조선사들도 저가 수주에 동참했으며 중형조선사들은 신조 발주 감소, 단가 인하를 견뎌내지 못하고 대부분 망하거나 법정관리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선박 설계에서 최고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는 대우조선은 10년간 총 1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 와중에 한국 선사들 간 저가 수주 경쟁이 붙으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그러나 조선업의 혹독한 구조조정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조선사들 상황은 더 처참했다. 중국 조선사들의 급속한 성장은 각 성 정부와 국유 은행들의 금융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수용접기술이나 전자제어설계 등에서 중국은 아직 한국과 경쟁하기는 일렀다. 용접과 같이 노동에 체화된 기술은 쉽게 모방하기도 어렵다. 기술추격이 생각보다 용이하지 않다는 의미다.
2010년대 이후 중국 조선사들은 자국 물동량 증가에 따른 대량의 선박 발주로 기염을 토했지만, 잦은 납품 지연, 제어 불능 등 사고를 겪게 됐다. 그러자 글로벌 선사들이 LNG 추진선이나 대형컨테이너선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발주를 꺼리게 됐다. 제조 기간도 문제다. 한국의 빅3는 블록-모듈형식 등 혁신적인 공법을 활용해 선박 제조 기간을 단축했지만, 중국 업체들은 납품 기한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았다. 혁신 공법은 인건비를 절감에도 크게 기여했다.
한국 조선업의 제조역량에 비해 중국 조선사들 역량에 큰 차이가 있다는 글로벌 선사들의 인식이 커지면서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 몰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0년 중국 전체 조선사들 가운데 75%(195곳)의 기업이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환경기준 강화도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2008년 이후 국제해사기구(IMO)는 고유황유와 같은 대기오염을 강화하는 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고유황유는 대기오염을 유발해 산성비 농도를 심화시킨다.
현재 일반화된 디젤 추진 선박으로는 고유황유 저감을 규정한 국제해사기구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기존 선박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개량이나 새로운 동력 추진 선박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존 선박의 개조나 LNG선 신조 발주가 증가했다. LNG 추진선은 석유나 석탄 추진 발전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대기오염물질도 적게 배출한다.
❚ 탈탄소화가 제공한 새로운 기회
더 나아가 2020년 국제해사기구는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은 40% 감축하고, 2050년 50% 감축을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조차도 너무 낮은 규제 수준이라 규정하고 더 강력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공약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에 맞는 선박 부분 친환경연료 추진체제로 장기적 전환을 위해서는 더 강한 규제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해사기구의 규제 강화, 미국ㆍ유럽연합에서의 기후위기 강화에 대한 대응이 LNG 추진선 발주가 증가한 이유다. 더불어 환경기준이 강화되면 석유나 석탄을 대체하기 위한 LNG 소비도 늘어난다. LNG를 수송하기 위한 선박 제조(LNG 벙커링)도 늘어난다. LNG 추진선이든, LNG 벙커링(LNG 수송선)이든 한국 조선 3사의 제조 능력이 중국보다 크게 앞서있다. 이것이 2021년 LNG 추진선 신조 발주 대부분을 한국의 빅3가 쓸어 담은 이유다.
2018년 중국에서 유일하게 LNG선을 제조할 수 있는 후둥중화조선에서 건조한 글로드스톤호가 호주 인근 바다에서 엔진이 멈춰버리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건조한 대형컨테이너선이 수에즈운하에서 항해 중 사고를 일으켜 수에즈운하를 가로막았다.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일시적으로 전 세계적인 물류 교란이 발생했다. 더불어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 관련 분쟁이 시작됐다.
LNG 추진선이나 대형컨테이너선 제조에서 일본과 중국 조선사들의 제조역량은 한국에 크게 뒤처진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우 자국 수출 물량을 매개로 글로벌 선사들에게 중국선박 수주를 요구하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다. 선박사고는 대량 손실과 장기적인 법적 분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환경기준이 강화되고 친환경 선박에 대한 요구가 상승할수록 중국이나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LNG 추진선의 경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변화될 환경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동력원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암모니아 추진선이나 수소추진 선이다. 수조 추진선이 상용화되려면 수소의 액화, 수소벙커링이 가능해야 하지만 아직 이를 만족할 만한 기술 진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 그린뉴딜, 능동적으로 대응하자
친환경선박 수요 증가에서 보듯이 그린뉴딜이나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한국 제조업에 큰 도전이기는 하지만 또한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철강,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 저감에 대한 요구가 강화된다면, 기술 수준은 더 고도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제조역량, 기술력이 있는 국가일수록 다른 경쟁국에 비해 새로운 에너지-산업 체제에 적응할 가능성이 더 크다. 친환경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가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기회이듯이 말이다. 이는 건설기계, 자동차, 철강금속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전기배터리, 연료전지 생산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앞서있다. 수송체제의 전환이 한국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한국이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새로운 제조업 르네상스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한국이 선도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경제체제, 수송체제 혁신을 이루는가에 달려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뒤처진다면 한국의 주력산업인 중공업은 좌초자산화 돼 쓸모없게 될 것이며, 동남권은 탈산업화의 쓰나미에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동남권이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