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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세 가지의 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5/04 14:19 수정 2021.05.04 14:19

↑↑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 양산시민신문

동양 전통의 관점으로 우리 몸을 유지하는 세 가지 에너지의 중심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것을 ‘단전’(丹田)이라고 지칭한다. 이는 각각 인체를 상, 중, 하단전으로 나눠 배치된다. 일반적으로 미간에 위치한 상단전은 신(神), 심장 부위의 중단전은 기(氣), 배꼽 아래 하단전은 정(精)으로 불리는 에너지가 깃들게 된다. 정은 생명 활동에 직결되는 생리적 에너지고, 기는 정서와 감정을 담당하는 에너지며, 신은 통찰력을 담당하는 정신적 에너지로 볼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정(精)은 몸의 근본이 되고 기(氣)는 신(神)을 주관하며 형체(形體)는 정신(精神)이 있는 곳이다. 때문에 정신을 너무 쓰면 부족해지고 정(精)을 너무 쓰면 줄어들며 기(氣)를 너무 피로케 하면 끊어진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정신(精神)이 있기 때문이고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氣)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氣)가 소모되면 몸도 쇠약하여 오래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구체적인 신체 부위에 연결해서 설명하면 첫 번째, 눈은 신의 문이 된다. 눈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눈을 통해 신이 누설된다. 그러므로 명상을 할 때는 눈을 감고 내면을 관조하거나 뜨고 하더라도 의식을 외부로 발산하지 않고 수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내시’(內視) 또는 ‘수시’(收視)라고 한다. 신의 에너지가 고갈되면 머리가 멍해지고 두통이 동반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종일 들여다봐야 하는 현대인들이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 귀는 정의 문이 된다. 귀는 외부의 소리를 무조건으로 듣는 기관으로 외부 소리가 정을 새어나가게 한다. 그러므로 들어도 듣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소리의 길을 쫓아 내면(하단전)으로 이끄는 반청(返聽)을 해야 한다. 특히, 정의 에너지는 한의학 관점에서 신장의 물 기운과 연결이 된다. 폭발음과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소리를 들었을 때 하체의 힘이 풀리는 것은 이와 연결이 된다.

세 번째, 입은 기의 문이다. 쉬지 않고 말을 할 경우 입을 통해 기운이 누설된다. 입은 복(福)과 화(禍)의 문이 된다고 하셨다. 입을 존절하게 사용하게 되면 기를 보전하게 된다. 말을 아끼고 묵묵히 기를 지키기 위해 수행자들은 기간을 정해서 ‘묵언’(默言)을 했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정서가 탁해지고 기운이 막힌다. 그러나 염불이나 독경, 찬송을 많이 하게 되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기가 통하는 이치가 이와 같다.

정이 충만(精充)해지면 기가 우리 몸에 편만해지고(氣壯) 궁극적으로는 정신적 성숙(神明)이 이뤄진다. 그러므로 정, 기, 신은 세 가지 귀한 보배(三寶)라고 불리며 서로 연결돼 우리 정신과 육체를 유지하는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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