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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채가 많으면 나쁠까? ①미래 세대 부담..
오피니언

정부부채가 많으면 나쁠까? ①미래 세대 부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3/05 15:54 수정 2021.03.05 15:54

 
↑↑ 전용복
경성대학교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여당과 야당, 기획재정부, 청와대까지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지원에 매우 소극적이다. ‘정부부채가 증가하면 정부재정이나 경제에 해롭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그럴까? 몇 회의 칼럼을 통해 구체적인 근거들을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 피해는 공평하지 않았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일터의 감염 위험이 크더라도 감내하고 일해야 했지만, 부자와 안정적 직장을 가진 사람은 위험을 피할 구멍을 만들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도 경제적 약자에 집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대면 서비스 업종에 가장 큰 피해를 줬는데, 여기에 영세 중소상공업과 자영업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생계를 의지하는 경제도 이 부분이다.

이와는 반대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펼친 경제정책(대표적으로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크게 올라, 상대적 ‘부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 줬다. 우리나라 총자산에서 상위 20%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62%(상위 10% 비중은 44%)로, 가격이 오른 자산 대부분이 소수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겹칠 것이란 점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이렇게 코로나19 감염병의 피해는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너무나 불평등하게 배분됐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에 있다. 산불이나 홍수가 나서 주민이 피해를 보면 정부가 돕는다. 국가(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위험에는 자연재해도 포함된다. 감염병도 산불이나 홍수처럼 명백히 자연재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민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규모로만 평가하자면,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소극적이다. 정부부채가 해롭다는 이유에서다. 선별 지원이니 맞춤형 지원이니 하면서 재정 효율성을 강변하지만, 속내는 지원 ‘규모’ 최소화다.

정부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첫 번째 근거는 ‘미래 세대 부담론’이다. 현재 정부가 부채를 많이 지면 미래 세대가 그것을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정부부채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 세대를 위한 적극적 투자’라 해야 한다. 정부가 부채를 지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생산성 높은 양질의 경제를 물려주기 위한 투자 활동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부채가 낳는 편익은 미래 세대와 공유된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해 경제 전체 생산능력 대비 수요가 부족해지면, 투자와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생산성 정체로 결과한다. 판로(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혁신을 위해 투자할 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거나 사회복지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 간접적으로 소득을 높여주는 일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이렇게 현재 세대가 경제 생산성을 높여 놓으면, 미래 세대도 그 혜택을 함께 누린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정부가 빚을 내더라도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면 미래 세대도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공공 인프라는 미래 수십년 동안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양질의 인프라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기능도 수행해 미래 세대는 고소득 경제에 살게 될 것이다. 정부 지출에 따른 생산성 편익은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현재의 ‘비용’(정부지출)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이런 원리는 당장 재난지원금 편익을 계산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감염병 창궐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인구 절반의 생계가 의존하는 영세 중소소상공인과 자영업이 폐업하고 있다. 폐업이란 극단적 결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고정된 유지비용을 빚으로 메꾸며 버티고 있다. 만약 이를 방치하면,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회복은 어렵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하려면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야 할 것이지만, 경기는 침체해 있고 민간부채는 증가한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침체가 장기화하면 경제 전체의 체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은 정체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달된다.

반대로, 정부가 빚을 내더라도 이들을 지원한다면 코로나19 이후 회복도 장기 생산성 향상도 쉽게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부채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다. 현재 세대가 (경제적으로) 안전해야, 미래 세대도 안전하다.

둘째, 정부부채는 미래 세대가 상환하지 않는다. 정부부채 상환이란 정부가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정부재정 흑자를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정부부채의 ‘절대액’이 감소한다. 하지만 지난 약 100년간 세계적으로 이런 일은 없었다. 정부가 과거에 진 빚을 상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계 정부들은 정부부채 상환 만기가 돌아오면 상환일을 연기할 뿐이다. 우리나라 정부부채도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약 8.5배로 증가했다. 지난 22년 동안 우리나라 정부도 부채를 상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린 것이다. 정부부채 절대액이 그대로이거나 증가하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면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 이는 경제 규모(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부채로 생산성 침체를 극복하고, 그 효과가 최소한 정부지출만큼만 일어난다 하더라도, 경제 규모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상승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역할로 민간 부문이 활력을 되찾는다면, 이 비율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전 세계의 정부부채 비율이 하락했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경제 원리로 보더라도 책임 있는 국가의 정부라면 부채를 늘려가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에 비례하여 통화량도 증가해야 한다. 경제성장이란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되고 거래된다는 의미이고,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지려면 더 많은 통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민간(가계와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빚을 내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경제학 교과서에서 설명하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돈 거의 대부분(약 96%)은 시중 은행에서 대출된 돈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대출, 즉 민간 부채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중 통화 공급을 민간의 빚에만 의존하면, 경제가 성장한다 하더라도 그 과실을 국민 모두가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경제성장에 비례해 증가한 빚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만 돈을 벌게 된다.

또한, 민간 부채가 증가하면 금융위기 등 불안정한 경제를 낳는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통화량을 공급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정부가 빚을 내고, 그 돈을 공공지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민간의 빚 대신 정부의 빚이 늘어난다.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발행하고 그것을 정부가 지출하는 경우처럼, 이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통화를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방법이다. 민간부채가 적으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경제는 더욱 활성화된다. 또한, 정부부채는 외채가 아닌 한, 경제 불안정을 야기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정부부채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요컨대, 정부부채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위한 투자다. 그리고 민간이 져야 할 부채를 정부가 대신 떠안아,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거대한 재난 상황에서 정부부채는 재난 이후 회복을 위한 주춧돌이다. 그렇다면, 정부부채가 증가하면 정부가 파산하거나,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은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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