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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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새삼스레 웬 띠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이가 혹시 올해 1월 1일부터 이 글을 볼 즈음인 2월 3일(정확하게는 오후 11시 59분) 사이에 자녀를 출산했다면 그 아기는 쥐띠인가, 소띠인가?
답부터 말하면 아직 쥐띠다. 양력 1월 1일도 아니고 음력 1월 1일도 아닌 2월 3일, 그것도 오후 11시 59분이란 무엇인가? 신축년을 맞아 우리 민속에서의 띠 이야기를 풀어보자.
많은 이가 띠는 음력으로 따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양력도 아니고, 음력도 아닌 ‘절기력(節氣曆)’을 기준으로 한다. 절기란 태양의 황도(黃道, 태양이 움직이는 길)를 15도 간격으로 나눈 24개 지점을 말한다. 절기력에서는 입춘(立春)으로 시작해서 다음 입춘까지를 1년으로 한다. 입춘이 절기력의 설이며, 따라서 띠가 바뀌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언론에서 양력 1월 1일에 ‘2021년 신축년 소띠 해의 새해가 밝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새해는 새해로되 ‘신축년’도 아니요, ‘소띠 해’도 아닌 것이다.
‘2021년’은 양력 1월 1일에 시작됐다. ‘신축년’은 음력 1월 1일(올해는 양력 2월 12일)에 시작된다. ‘소띠 해’는 절기력을 따르므로, 입춘(올해는 양력 2월 3일) 절입(節入) 시각인 오후 11시 59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입춘일 절입 시각 전에 태어난 아기는 소띠가 아닌 쥐띠가 되는 것이다. 쉬운 이야기인데, 풀어쓰려니 쉽지 않다.
이 글을 읽고 있는 1~2월생 독자들은 지금 바로 자신이 태어난 해의 입춘 날짜를 검색해서 본인의 띠를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수십년 동안 남의 띠로 인생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물론 위 3가지 띠 기준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하든지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이며, 그것이 곧 정답이다.
소는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두 번째 동물인데 큰 몸과 느린 걸음, 우직함, 신중함, 온순함, 편안함, 끈기, 여유, 성실, 순종, 희생(犧牲) 등 대부분 긍정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소가 걷는 것을 잘 보면 일하러 나갈 때는 느릿느릿 걸어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걸음이 가볍고 빠르다. 겉으로는 우둔해 보여도 제 속은 있다는 이야기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사의 주역이자 운송 수단이었으며, 상품(上品) 식자재였고, 비상금이었다. 심지어 방아도 돌렸다. 김홍도의 풍속화 ‘논갈이’에는 두 마리 소가 비탈진 땅을 가는 쌍끌이 겨리쟁기 모습이 나온다. 가히 지금 말로 사륜구동 방식이라 할 만하다.
살아서는 장정 8명 몫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죽어서는 뿔에서 꼬리까지 온몸을 남김없이 인간에게 주고 떠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고 했나 보다.
한때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에 빗대어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렀는데, 한 마리 있는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내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농부의 간절한 소망이 묻어나오는 말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소는 기원전 2세기 무렵 부여의 관명으로 우가(牛加)가 나오고,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 지내고 발굽 상태로 점을 쳤다는 기록이 있다. 4세기 중반 고구려의 안악 3호분 벽화에 흑소ㆍ황소ㆍ칡소가 등장하고, 이후 덕흥리 고분, 무용총 벽화 등에 여러 모습으로 소가 나타난다.
6세기 초 신라 지증왕 대에 우경(牛耕) 기록이 처음 나오지만, 2~3세기에 고구려에서 쟁기 등 농기구와 소가 끄는 수레를 사용한 것을 보면, 이때 이미 우경이 행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아 올해도 많은 이들이 탄우지기(呑牛之氣)의 기상으로 우기충천(牛氣衝天)해 호시우보(虎視牛步)를 되뇌며 우생마사(牛生馬死)를 교훈 삼아 우보만리(牛步萬里)의 각오로 좋은 계획과 다짐을 했을 것이다. 작심삼일, 벌써 흐지부지됐다면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더 있다.
띠의 설날인 입춘(3일)에 다시 실행에 옮겨보자. 또 작심삼일이 돼버리면 삼세번 음력 정월 초하루(12일)가 있다. 그도 저도 다 안되면 3일마다 계획을 새로 세우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