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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컬애田> 그 세 번째, 균형과 안전(balance & comfort)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10/20 16:13 수정 2020.10.20 04:13

↑↑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양산시민신문
양산이라는 삶의 장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문제의식을 느끼며 발전에 대한 나름의 대안 제시를 위해 근본 문제를 ‘사람’으로 상정(想定)해 이야기해보는 마지막 시간.

❚ 가치설정

또래 아이 없는 시골 생활을 하는 우리 집 아이 둘. 초등생 딸은 그래도 시내 학교에 다녀 제법 도회지 환경에 익숙해진 반면, 유치원생 아들은 때때로 차를 태워 도심으로 나갈 때면 두리번거리며 질문이 많아진다.

“아빠! 여기 도시지요?, 아빠! 높은 아파트에서는 비행기도 잘 보이지요?, 아빠! 저기 에펠탑이 있어요” 아들이 가리키는 곳은 양산타워다. 이런 아들의 순진무구함에 웃음이 나다가도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뭐 한때는 나도 도시를 동경하던 시골 소년이었으니 어린 아들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도심의 여러 모습에 신기해하는 어린 아들의 재잘거림 때문만은 아니다. 상대적 빈곤함 때문일까? 그래서 더 지역의 균형을 생각해보고, 점점 더 위험에 노출되는 현상들 때문일까? 그래서 더 안전을 생각해보게 되는 지금이다. 또 내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이기에 그냥 바라보기만 할 수 없어 나름의 이야기를 꺼내 본다.

‘balance & comfort’(균형과 안전)로 양산이라는 도시를 이야기해보는데, 여기에서 ‘comfort’의 사전적 의미는 편안함이지만 안전해야 편안할 것이니 나는 안전으로 해석해 본다. 이는 내가 예전에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던 인테리어 회사의 기업 이념이다. 오랜만에 다시 그 회사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시대 흐름에 따라 이념이 ‘connection & happiness’(연결과 행복)로 바뀌어 있다. 한 기업의 이념에서 보듯 인간 활동의 궁극적 목표가 결국에는 사람과의 관계성에서 비롯해 자신의 행복은 물론 공동체의 행복, 나아가 국가적, 지구적 행복을 추구함일 것이다.

하물며, 작은 기업의 경영에서도 그 철학이 중요하듯, 큰 도시의 움직임에도 시정 철학이 중요하겠으며 그 철학을 뒷받침하는 하나하나의 작은 사업과 구성에서도 추구하는 가치 설정은 중요할 것이다.

❚ 모순(irony)

얼마 전,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동남권 상황을 짚어보고 수도권 집중화의 원인, 대응, 협력방안에 관한 TV 토론회를 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ㆍ부ㆍ울의 동남권이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메가시티(Megacity)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해결책으로 정주 여건을 개선해 지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통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아파트 1채가 부산 3채와 맞먹는 격차에 분노하는 지역민들은 하나같이 균형발전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도시지역이 국토의 17%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인구의 92% 정도가 몰려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수도권은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며, 지역에서는 그에 따른 불만과 소외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 모순은 정작 우리 지역에도 있다. 양산의 13개 읍ㆍ면ㆍ동 가운데 원동면, 상ㆍ하북면은 양산 면적의 58.8%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7.1%에 그치는 데 반해 물금읍은 4% 면적에 인구의 34%가 집중해 있다. 양주동 역시 면적은 0.4%지만 인구는 9.6%에 육박한다.

또, 최근 개별주택가격 공시를 보면 원동면 영포리의 한 단독주택이 469만원에 결정됐다. 신도시 아파트 1평도 안 되는 가격이 면 단위 집 한 채 가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표만 보더라도 ‘균형발전’이라는 빈말만 무성한 채 특정 지역으로 쏠리는 현상이 감지되며 신도시는 점점 과밀화하고, 원도심과 면 단위 지역은 점점 인구감소 추세로 양극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양산시 연령별 인구 현황을 보면 그래도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점차 인구소멸로 향해가는 많은 지역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양산으로서는 위기의식이 덜할 수밖에 없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양산 인구의 평균 연령인 40~44세를 보면 대부분 어디에 거주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은 어느 곳의 학교에 다니고 있을까? 내가 12년 전, 고향 양산으로 돌아온 이후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가속도는 나날이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던 1990년대부터 진행돼온 하나의 결과물이다. 혹자는 ‘지방분권’, ‘자치분권’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역설로서 “오히려 지방분권은 부익부 빈익빈을 부른다”며 지역 간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고 이야기한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 생각한다. 누가, 어떤 철학의 바탕 아래 진행해 왔는가에 따라 도시의 지형과 사람의 이동, 사람살이 모습까지 변모시켜 버렸다. 그래서 그게 뭔 문제냐고? 수도권에 비해 소외감을 느끼는 지역처럼 신도시에 비해 또 다른 소외감을 느낄 원도심과 전통 취락지 주민이 도시 불균형에 차별받고, 도시는 또 도시대로 과밀로 인한 주거, 환경, 교통, 교육 등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는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 다양성 시대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경제적 가치 외에도 다양한 사상과 이념이 중요해짐을 이야기하는 것이겠다. 한때는 TV 채널을 돌리면 음식 관련 ‘먹방’이 대세였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동물 관련으로, 또 최근에는 트로트 열풍이다.

음악은, 노래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는 하나의 진정제 역할일 수 있겠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온통 트로트여야만 하는가? 한때는 애늙은이 소릴 들어가며 트로트를 좋아하던 나도 트로트 세상인 요즘 방송은 오히려 문화 다양성에 역행하는 것이지 않나, 시청 수요에 따른 경제적 가치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안전과 관련한 지역의 균형을 이야기해 보면 이 역시도 편중된 쏠림현상을 보인다. 쓰레기를 생산했으면 어딘가는 버려져야 할 곳이 필요하다. 물도 더럽혀지면 어딘가는 정화시설이 필요하다. 공업 발전을 위해서 또 어딘가는 공장을 지어야 할 테고, 전기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세상이니 어딘가에서는 생산하고, 또 어디를 거쳐 공급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유독 특정 지역에 혐오시설, 위험시설, 불편을 초래하는 무엇들이 쏠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상북면 소토초 인근에 유독성 폭발성 위험물 저장창고 건립 소식에 지역민과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와 반대를 외치다가 이제는 상북면 외석리 일대에 채석단지 개발을 두고 또 지역민의 분노를 들끓게 하고 있다. 2년 전에도 이 지역에 동물 화장장 건립을 두고 주민을 분노하게 했다. 어느 지역에서 반려동물공원 조성 이야기가 오갈 때, 어느 지역은 그 사체를 처리하는 곳으로 거론되고, 어느 곳에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종합복지허브타운 이야기가 오갈 때 어느 곳에서는 요양시설이 있고, 공원묘지가 있고, 산업단지가 있고, 골프장이 있다. 이런 지역 상황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불균형에 대해 분노와 아쉬움을 토로하는 지역민의 아이러니한 현상을 읽을 수 있겠다.

건축가 유현준은 그의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좀 더 화목한 세상을 위해 건축물을 만들 때 건축물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건축물이 담아내는 ‘삶’을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건축물은 도시라는 공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도시의 사람살이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위에 열거한 이야기들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겠다. 균형과 안전은 불가분의 관계다.

❚ 3P(place, program, people)

일과 개인 삶 사이 균형을 이야기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언젠가 유행어가 되더니 최근엔 일과 삶을 적절히 섞자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 또 회자되고 있다. 일과 삶을 구분하는 게 아닌 적절히 섞자는 이야기다. 도시 구조도 어느 곳은 삶터, 쉼터, 놀이터가 되고, 어느 곳은 일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조화롭게 섞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삶의 장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며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근본 문제를 ‘사람’으로 두고 1. ‘이음’을 위한 ‘사람’ 키우기 2. insider & outsider(원주민 & 유입인구) 3. balance & comfort(균형과 안전) 세 가지(3P-problem) 이야기를 이어 봤다.

일반적인 마케팅 믹스의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를 차용해 지역 균형과 안전한 발전을 위한 주요 요소를 3P로 섞어(Blending) 제안해 본다.

1. place: 담을 그릇이 중요하니 하드웨어 조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 재정을 고려하고, 수요를 파악하고, 지역 특성을 살리기 위한, 그리고 지역사회 거점이자 중심으로서의 장소성은 중요하다. 자연지형, 사람과 물류의 이동, 지역 균형과 안전 등을 고려한 최적의 장소는 꼭 필요하다.

2. program: 사업은 시설보다 중요하다. 보통은 하드웨어 조성의 부대계획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고유의 정체성으로 개성을 갖추되 거부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익숙함과 신선함, 평범함과 비범함, 지역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의 조화가 중요하다.

3. people: 모든 정책과 사업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지역민의 자존감과 행복을 우선해야 하지만 배타성이나 힘의 논리로 흘러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와 행정, 그리고 전문가와의 협업, 외부와의 네트워킹 시스템이 필요하다.

깨어있는 사람들, 그들이 모인 시민단체(people), 그들로부터 비롯되는 사업(program)이 있다면 양산(place)이라는 도시는 더욱 아름답게 변모해 나갈 것이다.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2040 양산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시민계획단이 구성돼 좋은 비전 제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더 큰 변화, 더 행복한’이란 구호에 앞서 소박하지만, 지역 곳곳의 문제점을 알아내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며 좀 더 균형감 있게, 좀 더 안전하게 지역민이 살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 맞대 보는 것이 시민사회와 행정이 통하는 선순환의 건강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 로컬애田: 지역의 올바른 문화발전을 위한 ‘문화교육연구소田’의 공부 모임
<로(local)컬(culture)애(愛,education)田> ‘지역의 문화와 교육을 사랑하는 밭’의 의미를 담고 정기적 모임을 통해 지역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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