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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고마웠어요, 소소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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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어요, 소소한 카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7/09 16:19 수정 2020.07.09 04:19

 
↑↑ 이우석
카페사회사업가
ⓒ 양산시민신문  
지난 6월을 마지막으로 중부동 택지를 지켜온 소소한 카페가 10년의 발걸음을 멈췄다. 이 카페와의 인연은 소소서원(옛 소소봄)이 범어택지에 자리를 잡았을 무렵 주민들이 비슷한 이름의 카페가 다른 동네에도 있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고, 내 기억에는 소소한 사장님 부부가 먼저 소소봄을 찾아주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뒤부터 일 년에 몇 번씩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외로운 자영업 생활에 같은 길을 가는 동료가 생긴 것 같아 좋았고, 마을살이하는 데 힘이 됐다.

소소한과 소소봄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이름도 ‘소소’가 중복이 된 카페라서 그런지 주인 부부는 다정했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다는 점도 같았다. 그래서 공통 관심사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함께할 수 있는 일도 있었다.

카페를 연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마을과 함께 숨 쉬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같았고, 그렇게 동네 주민의 아지트가 돼 마을 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동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중부동 택지 안에는 청소년회관과 꿈틀지역아동센터, 양주초등학교도 있었고, 공부방이나 학원도 많았다.

꿈틀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의 바리스타교육은 처음에는 소소봄에서 했지만, 소소한을 알게 된 뒤부터는 센터 원장님에게 센터에서 가까운 소소한에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두 곳을 소개해 드렸다. 그다음부터는 줄곧 소소한에서 이뤄졌다.

소소한 사장님 두 분이 마을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청소년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남달랐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참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카페를 문 닫는 것을 가장 아쉬워했던 이들도 당연히 지역의 청소년들이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커피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작업장이 지역에 없기 때문에, 꿈틀의 아이들에겐 카페라는 공간에서 커피를 배우면서 만들어 볼 수 있었던 경험이 귀했다. 손님을 받는 매장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사장님 부부가 허락해준 공간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커피를 배우며, 좋은 시간을 보낸 경험은 아이들이 자신이 생활하는 마을을 좋은 마을로, 자신 만난 어른들이 좋은 어른이었음을 공유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제(8일) 소소한 사장님 가족들이 서원에 놀러 오셨다. 이런저런 지난 10년의 이야기와 카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더 아쉬웠다. 다음 달에 셋째가 나온다는 소소한 사장님 말씀에 다둥이 가족이 됐음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카페를 열고 싶다는 말에, 꼭 마을에서 다시 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마을에서 10년 동안의 발걸음이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나의 아쉬움은 한결 나아졌다. 작별 인사하고 돌아가는 네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세월이 흔적도 벌써 이만큼 지나갔구나 싶다.

“사장님 그동안 참 고마웠어요”, “기억할게요! 카페 소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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