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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일찍 온 사람, 늦게 온 사람..
오피니언

[빛과 소금] 일찍 온 사람, 늦게 온 사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6/23 14:08 수정 2020.06.23 14:08

 
↑↑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 양산시민신문  
예수님 말씀 중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것이 있다. 한 인심 좋은 포도원 주인이 일꾼을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인력시장을 찾아 필요한 일꾼을 구해 일을 시켰다. 이 주인은 점심때도 가서 일꾼을 구했고, 해지기 전에도 가서 일꾼을 구해왔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 임금을 지불하는 데 몇 시간 일하지 않은 사람부터 일당을 지급했다. 놀랍게도 주인은 그들에게 하루 일당인 한 데나리온을 지급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와서 일한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지급했다.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가 하루 일한 품삯으로, 현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5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러자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이 불평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 저 사람들보다 일을 많이 했는데 한 데나리온만 줍니까? 만일 내가 저 포도원에 일찍 고용된 사람이라면 똑같은 불평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 좀 더 나은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왜 일을 조금밖에 안 한 사람과 같은 대우를 하는 겁니까?

그런데, 집주인은 그 불평이 부당하다고 말한다. “처음에 당신과 계약한 대로 일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았습니까? 일을 덜 한 사람에게 당신과 같은 임금을 지불했다고 왜 부당하다고 합니까? 내 것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왜 그럽니까?”

포도원 주인의 말을 다시 들어보니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주인은 일찍 온 사람과 하루 한 데나리온에 계약했고, 계약한 대로 임금을 제대로 지불했다. 일찍 온 사람과 포도원 주인과의 관계에서 딱히 잘못된 것은 없다. 문제는 늦게 와서 별 일하지 않고도 하루 임금인 한 데나리온을 받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억울한 것이다. 늦게 온 사람이 자신과 동일한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것이다.

하루 종일 일 한 나는 뭐란 말인가? 왜? 그들과 왜 같은 대우를 하는가? 이건 정말 부당하다. 하지만 그는 하루 종일 한 데나리온의 일만큼 했다는 걸 순간 잊어버렸다. 그는 포도원 주인과 한 데나리온으로 계약했고, 그만큼 일했고, 합당한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순간 착각에 빠진다. ‘난 더 받아야 해’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자. 만일 집주인이 먼저 온 사람부터 임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아주 행복한 얼굴로 자신이 받은 임금을 받아 자랑스럽게 주머니에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며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뭘 사서 갈까? 아니면 간단하게 쇠주 한잔하면서 오늘 일한 여독을 살짝 풀고 갈까? 뭐 그런 행복한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런데 자기 뒤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한 데나리온을 받을 거지만 저 사람들은 얼마를 받을까? 이 사람이 선량한 마음을 가졌다면 그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포도원 주인이 마음을 좀 더 써서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임금을 받으면 좋겠다. 저 사람들도 다 가족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내 것을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할 일이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그건 상관할 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 모두가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사는 참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이다. 하루 한 데나리온을 벌어야 겨우 한 가족이 입에 풀칠하고 살 수 있다. 한 데나리온을 벌지 못한다면 그 가정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포도원 주인은 이 가련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선을 베풀었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더 준 것이다. 이 사실만 본다면 이 주인은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미담의 주인공으로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이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천국에 관한 것이라 하였다. 천국은 말이지 이렇게 마음 좋은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다. 그래서 천국은 저 불평하는 사람들과 같은 심보를 가지고는 참 살기 어려운 곳이다. 나는 남보다 뭔가 좀 더 나은 대우,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심보,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운, 남이 잘되는 것이 축하할 일이 아닌 불평 거리가 되는 심보를 가지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이다. 대신 나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도 나의 이웃이라 여기고 그 사람의 어려움을 동정하고, 그 이웃의 행운을 기뻐하고, 그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 참 편한 곳 그곳이 천국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인천공항은 3년 안에 9천785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일부 취준생들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자신들은 무슨 죄냐며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그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올렸다.

그런데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발상이다. 이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던 직종도 이제는 당당히 취업해도 되는 직종이 된 것이니 취준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 환영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나만 생각하면 세상 참 살기 힘들다. 그런 사람에게는 천국이 멀고도 먼 나라이다. 천국을 가고 싶다면 심보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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