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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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룡폭포는 우리 양산이 자랑하는 양산팔경 제2경인 천성산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양산팔경(제4경)이다. 보기 드문 3단 폭포인데 떨어지는 폭포수가 바위에, 바닥에 부딪혀서 저들끼리 튀고 엉기고 비산하며 영롱한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폭포 예찬을 할라치면 지면이 부족할 터이니 본 주제로 넘어가자. 관광 자료나 안내판 등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했는데, 이 문제는 이미 15년 전부터 우리 지역의 선학 향토사학자들이 제기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래 무지개 ‘홍’(虹)에 젖을 ‘롱’(瀧) ‘홍롱폭포’인데, 왠지 지금은 한글로는 ‘홍룡’이라 쓰면서 괄호 속 한자는 ‘虹瀧’(홍롱)으로 쓰고 있다. 한자까지 ‘虹龍’(홍룡)으로 쓰기도 한다. 그럴듯한 유래 전설도 생겨났다. ‘양산시지’에는 ‘사방으로 날리는 물보라는 무지개를 이루어 날 갠 하늘에 나타나니 무지개를 타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 하여 홍룡(虹龍)이라 이름 하였다’고 나와 있다.
시에서 나온 관광 안내자료와 향토문화대전, 인터넷 포털 등 검색해본 모든 자료에도 같은 설명에다가 ‘무지개의 형상이 선녀가 춤을 추는 것 같다’든지, ‘폭포 아래 용소에 살던 천룡이 승천했다고 하여 무지개 홍(虹), 용 용(龍)을 써서 홍룡폭포라고 했다’는 등 근거를 알 수 없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폭포를 타고 용이 내려왔다는 설명도 있다.
선학들이 문제를 제기한 2005년 ‘양산신문’의 기사를 보자. 당시 양산향토사연구회 정진화 회장은 홍룡사와 홍룡폭포의 ‘룡’ 자가 용 ‘룡’(龍) 자가 아닌 비올 ‘롱’(瀧) 자로 ‘홍롱사’ 또는 ‘홍롱폭포’로 불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찰측에서 발간한 홍룡사 안내 책자에도 한자는 ‘瀧’(롱)으로 쓰면서 한글로는 ‘룡’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과거 한자로만 써오던 것을 한글과 병용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것으로 추측하면서 관련 표지석이나 안내문 모두 ‘瀧’ 자가 사용되고 있음을 밝혔다.
홍룡사 주지 용은 스님도 무지개 폭포라는 의미의 ‘虹瀧’(홍롱)이 한글로 옮겨쓰는 과정에서 발음하기 쉽게 홍룡으로 변형돼 오랫동안 홍룡사로 굳어진 것 같다고 하면서, 황룡 승천 운운은 홍룡폭포로 불리게 된 이후에 신비감을 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6년 뒤인 2011년에도 ‘양산시민신문’ 기사에 의하면 당시 향토사연구소 정동찬 소장은 ‘황룡이 승천하는’이라는 표현은 ‘용’(龍) 자가 붙은 다른 폭포와 유사하게 신비감을 조성하기 위해 이후에 만들어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백장(百丈)이나 되는 높이에서 나는 듯이 떨어지는 물안개가 비쳐 무지개같이 영롱하다 하여 이름한 것’이라는 ‘양산읍지초’(梁山邑誌草)(1878)의 유래 설명을 인용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양산시지’(梁山市誌)(2004)와는 달리 용에 대한 언급은 없고, 무지개만 폭포 이름의 유래로 강조돼 있다. 어떤 현상으로부터 유래한 이름이 아니라 와전된 이름에 맞춰 유래를 만들어 넣었다는 것을 지적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홍룡폭포의 실제 이름은 무지개 ‘홍’(虹) 자에 비 올 ‘롱’(瀧) 자를 쓰는 ‘홍롱’(虹瀧)이 올바른 것이다. 선학들은 한글 이름은 굳어졌으니 그대로 ‘홍룡’으로 하되 한자는 올바르게 ‘虹瀧’으로 쓰자고 했지만, 나는 이참에 한글 이름도 ‘홍롱’이라고 할 것을 주장한다.
홍룡폭포의 용의 전설은 다른 데서도 흔히 듣는 이야기다. 우리 양산에는 통도사 유래나 가야진사를 특징짓는 우리만의 특화된 용의 전설이 이미 있지 않은가. 홍롱폭포는 그 이름처럼 용이 아닌 아름답고 영롱한 무지개로 특징 지워보자. 사람들이 오래 불러서 굳어졌다면 다시 원래 이름으로 오래 불러서 바로 잡으면 된다. 행정이나 지역 언론, 사찰에서 먼저 제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 금방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양산팔경 홍롱폭포에 아름다운 제 이름을 찾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