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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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가오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뉴스의 초점은 높아진 대한민국 위상과 인도적 차원의 ‘결초보은’(結草報恩)이지만, 나는 다분히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해 평생교육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난날, 부산의 한 공공조직에서 일해오던 나는 틀에 짜인 사업보다는 자체 기획사업을 주로 했기에 당시로써는 매우 고달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개인적으로도 배움과 성장의 한 과정이었으며, 사회적으로도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업무를 통한 또 다른 평생교육의 현장이었다.
때는 3년 전, 부산시로부터 위탁받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7개 영역의 세계유산 시민아카데미는 학생과 시민 등 다양한 대상을 향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는데, 그 중 ‘스웨덴 참전용사의 눈으로 본 피란수도 이야기- 서전병원(瑞典病院) 사진전’은 더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1950년 9월부터 1957년 3월까지 6년 6개월 동안 스웨덴 적십자병원 의료진 1천124명이 전쟁 부상자와 민간인 환자를 치료하면서 기록한 사진을 통해 피란수도 부산의 흔적들을 반추하며 진정한 인류애를 실천한 숭고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특별 사진전이었다.
이와 함께 5개 영역의 인문학 사업을 담당했는데 출판사, 작가 등 관련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타 지역 탐방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은 경북 칠곡군 인문학마을 사례는 지금도 곳곳에서 회자되는 내용으로, 당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사례였다. 두 영역의 사업은 담당자에게 시행착오를 통한 다양한 학습 경험과 실천 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과거 개인의 업무경험과 연결해 최근 두 가지 뉴스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데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업에서 느낀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사람은 50대에서 70대로, 심지어 80대 어르신도 있었는데, 배움에 대한 애착이 젊은이보다 낫고 그 배움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열정이 너무 대단했다. 그동안 배워왔던 내용으로 해설사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현장에 나와 사람들 앞에서 떨어가면서도 배운 내용을 열심히 암기하고 발표하느라 분주하며 사진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에게 정성스레 기록한 메모지를 펼쳐가며 친절히 도슨트 역할을 하던 어르신들 모습, 삐뚤빼뚤 쓴 글자를 또박또박 읽어가는 소녀 감성은 듣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칠곡의 여든 노파 모습에서 평생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찾았던 것이다.
평생교육이라 함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의 교육을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이지만, 종래의 교육은 학교 위주의 의미가 강하고 주로 배움에 한정돼왔다. 내가 봤던 평생교육 현장은 각자의 마을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의미와 더욱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위기지학’(爲己之學)의 배움이자,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환원이라는 실천이 동반된 ‘위인지학’(爲人之學)의 현장이었다.
옛 성현의 말씀을 내 나름으로 바꿔 표현해본다. ‘학이시행지 불역열호’(學而時行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행하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배우고 경험한 지식과 지혜를 사회활동으로 환원하는 다양한 평생교육의 장이 곳곳에서 더 많이 펼쳐지면 좋겠다. 나 역시 평생교육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배움을 실천으로 옮기는 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더 궁구(窮究)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