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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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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0/04/13 10:12 수정 2020.04.13 10:12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 양산시민신문
 
지난 2월 ‘코로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엉뚱하게도 어렸을 때 그토록 한 번 타고 싶었던 코로나 택시가 떠올랐다. 코로나는 1960년대 지금의 한국GM의 전신의 전신의 전신인 신진자동차에서 나온 택시였는데, 한 번 타보기를 선망했지만 결국 타보지는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은 어디서 나왔을까. 습관적인 호기심이 발동해 사전을 찾아보니 코로나(corona)는 ‘일식ㆍ월식 때 해ㆍ달 둘레에 생기는 광환’, ‘화관’, ‘왕관’ 등으로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도 태양 둘레 둥근 띠나 중세 유럽 황제 왕관처럼 생겼다. ‘코로나는 코로나 같아서 코로나’라는 간단한 답이 나온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말하는 신조어다. 보도에 의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고 인간관계에 변화가 오고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와 겹쳐서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공포는 테러에 비견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고, 내가 감염됐을 때 자신과 가족, 주위에 일어날 엄청난 파장이 더욱더 공포를 자극한다. 우리 해설사들은 지난 2월 하순부터 활동을 중지했다. 이후 마스크 구입 말고는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충실하게 방역 당국의 권고에 따르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파괴에 가까운 여러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사태가 끝나도 예전처럼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한 달이나 해오고 있다.

이 기간을 잘 이용해보려고 중요하고 시간을 다투는 재택 작업을 하나 시작했는데 문제는 맞벌이하는 우리 아이의 아이다. 초등 2학년인 손녀는 제 할미가 봐주고 있는데, 개학이 자꾸 연기되니 하루 종일 함께 지내게 됐다. 남자아이만 키워봐서 몰랐는데 온종일 입을 닫지 않는다.

옛날 이야기꾼이 됐다가, 가수도 했다가, 춤꾼도 했다가, 뉴스 앵커에 리포터 역할까지 하지를 않나, 유튜브 진행자에 게임 해설자까지 돼서 온종일 제 할미, 할아비를 끌어들여 인터뷰다 노래다 뭐다 하며 재잘거린다. 혹 삐칠까 싶어서 다 들어주고 놀아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토록 예쁜 아이의 재롱이 스트레스가 될 줄이야, 슬슬 코로나 블루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변해야지 생각하고 낮과 밤을 아예 바꿔버렸다. 아이가 있는 낮에는 자고 저녁에 일어나서 다음 날 아침까지 작업하는 올빼미가 된 지 한 달이 됐다. 오히려 마음도 편하고 능률도 더 오른다. 코로나 블루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 것 같지만 나중에 생활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릴 때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대학 때 한 교수님의 이야기, 일본 유학 시절 자녀와 패스트푸드점에 갔는데 숟가락이 어린 자녀에게 맞지 않아서 작은 것으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종업원 왈, ‘이 메뉴에는 이 숟가락을 내도록 매뉴얼에 나와 있기 때문에 바꿔드릴 수가 없습니다’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매뉴얼조차도 없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처음 겪는 일이니 길(매뉴얼)도 있을 리 없다. 길잃은 이는 길을 만들어야 산다. 길잃은 이가 나아가는 자취가 곧 길이 되고 매뉴얼이 될 것이다. 모양새는 다 달라도 모두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못 하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는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 보니 생각의 폭도 깊이도 위축되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이번 호는 선거 특집으로 날짜를 앞당겨 발행하느라 원고 마감도 앞당겨졌다. 이말 저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신없는 글이 돼버렸다. 지금 내 머릿속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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