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 양산시민신문 |
앞으로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치유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또 어떤 새로운 질병이 우리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가운데 그동안 일상에서 누렸던 소소한 행복을 빨리 되찾고 우리 아이들도 누려가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세계화’(Global)는 이제 ‘지역화’(Local)라는 용어를 더 강하게 불러들이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편안함을 대가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따라야 하고 성장 중심 경제 패러다임도 사회ㆍ문화적 사명을 제시하는 구조로 바뀌어 세계 속의 돈벌이 경제가 아니라 지역 속의 사람살이 경제로 일상의 삶에서 어떤 비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갈지가 관건이겠다.
지난 2월에 ‘포용과 혁신의 지역문화’라는 비전에 따라 자치ㆍ포용ㆍ혁신을 목표로 ‘제2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2020~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4대 전략과 15개 핵심 과제가 발표됐다. 법 제도와 재정적 토대 마련(지역문화협력위원회의 설치ㆍ운영, 문화 분야 주민참여 예산제, 지역문화통합정보시스템 등)의 ‘문화자치 생태계 구축’이 눈에 띈다. 또 생활문화 진흥정책 재정비를 통한 ‘생활기반 문화환경 조성’, ‘특색 있는 지역문화의 미래 자산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가운데 문화기반시설 건립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노후화한 문화기반시설을 재보수하고 서비스를 내실화하며, 생활사회간접자본(SOC)시설과의 복합화를 유도하겠다는 ‘문화적 가치로 지역의 혁신과 발전’이라는 전략에 주목해본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어느 곳을 가도 비슷한 공간 환경에 지역과의 조화로움과 미적 기준을 상실한 채 지자체의 행정시스템 틀 속에 갇혀 단편적 사업 위주로 전개되거나 중복 투자, 벤치마킹으로 인한 유사 정책 남발 등 지역적 효용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이라는 미명하에 지자체 간 경쟁은 급기야 전 국토가 몸살을 앓는 과잉 개발로 치닫고 있지는 않나 생각도 해본다.
사회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 g-Hodge)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토대로 집필한 ‘행복의 경제학’에서 세계화가 우리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어왔고, 또 문화를 파괴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세계화에 맞서는 진짜 힘은 자치의 정치, 자급의 경제, 자존의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지역화’에 있음을 역설한다.
지역을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가 중요하겠다. 행복의 잣대도 중요하겠다. 그러면,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공간 환경이 필요한가를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자.
문제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공유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또 지역 공동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를 인문학적 사고의 바탕 아래 통합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몇 해 전, 도시재생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준비하며 내가 계획했던 ‘Re再囙(개인의 가치를 담고, 지역과 함께하는 ‘연결’의 의미로서 공간 환경을 생각한다)’프로젝트를 다시 끄집어내 본다.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있던 무엇을 왜 다시 사용해야 하는가,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가 생각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