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현 (재)한반도문화재연구원장 문학박사(고고학) ⓒ 양산시민신문 |
이러한 전염병은 현대사회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전염병은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페스트)과 천연두, 스페인독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흑사병은 유럽 인구 2천500만명을 사망하게 해 유럽 봉건제가 무너져버렸다. 또한, 천연두는 남미의 대표 문명인 잉카문명의 종말을 촉발했다. 중세를 벗어나 현대사회에서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현대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이다. 스페인독감 발생지는 미국으로 현재 유행하는 미국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의 원천이라는 설이 있다. 스페인독감은 페스트에 비해 감염자 수는 적지만, 사망자 수가 5천만~1억명에 달했다고 하니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 최대 전염병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전염병에 대한 기록은 꽤 많이 등장한다. 전쟁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 바로 질병이었다. 예로부터 질병을 일으키는 신을 역신(역병)이라 불렀다. 역신에 대한 내용은 유명한 신라의 처용설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역병에 대한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 백제사에 등장한다. 백제 온조왕 4년 봄과 여름에 가뭄으로 기근이 생기고 역병이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밖에 고구려 3회, 백제 6회, 신라 18회, 고려 37회, 조선 160회의 역병 기록이 있다.
역병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은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백제 관련 기록이다. 백제를 멸망시킨 후 이듬해 대규모 역병이 돌아 백제를 점령하고도 통제할 병력을 보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755년 신라 경덕왕 때 큰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주렸고 역병이 창궐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고려 경종(981년), 예종(1122년), 인종(1136년)이 모두 질진(두창이나 홍역)으로 사망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에 매우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무려 160회나 등장한다. 평균 10년에 3회 이상 전염병이 발생한 것이다. 이때 전염병은 주로 마마(홍역), 콜레라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한 것이다. 19세기 초 조선 인구가 756만여명에서 28년간 661만여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는 1871년 인도에서 발생한 콜레라 영향으로 100만명 정도가 사망했다는 설에 근거한다.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노력했다. 의료기술과 과학이 발전해 18세기 말, 드디어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에 대한 치료는 현재진행형이다.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당시 742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전염병과 계속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은 위대하다. 수많은 전염병과 싸움에서 승리했고 더욱더 강해졌다. 과학과 의료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새로운 치료제를 계속 개발했고,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도 곧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 대처법은 매우 우수한 사례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진단키트와 대응 매뉴얼은 세계 표준 모델이 돼가고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체계가 매우 선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마저 든다.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전염병이 남긴 흔적을 깨끗이 지워야 할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에 대한 대책 방안을 제시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의 현명한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