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이병기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l 시 감상
↑↑ 이신남 시인 양산문인협회 회원 ⓒ 양산시민신문 |
화려함이 아닌 은은함으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베란다 화분 군자란의 꽃 대공을 보면서 문득 이병기 시조시인의 난초4를 떠 올렸다. 옛것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시조를 읊어보면서 인간 삶의 비유와 함께 작자의 인품을 생각했다. 난초예찬. 그 속에서 인생의 향기를 찾으려 했던 화자의 마음, 2연의 마지막 표현은 난초의 고결한 품격과 정결함을 나타냄으로써 마음 한 구석의 이기심을 채우고 배려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올바른 삶의 길을 깨우쳐주기 위함이리라. 어지러운 세상, 두려움으로 허덕이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찾는 방법으로 난과의 교감. 관조의 힘을 키우고 마음을 정화시키며 불안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여긴다. 현대인의 삶은 늘 바쁘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인생은 짧다. ‘정(淨)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의 표현처럼 난초의 청아함이 던져 준 메시지가 잠언으로 남는 시조 한 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