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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책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결핍의 힘..
기획/특집

[책읽는 도시, 양산을 꿈꾸다] 결핍의 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9/26 10:07 수정 2017.09.26 10:07
박규하 양산교육지원청 교육장













 
↑↑ 박규하 양산교육지원청 교육장
ⓒ 양산시민신문 
양산시립도서관이 추진 중인 ‘한 도시 한 책읽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 다양한 사람과 계층이 함께 만들어가는 릴레이 독서평입니다. 책을 통해 함께 생각을 나누는 양산시민이 되길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할아버지 무덤가에 붓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하는 김중미 작가의 장편 소설 ‘모두 깜언’을 읽으려 손에 쥐고는 쉽게 놓아지지 않았음에 한 번 놀랐고, 이야기 속에 보여 지는 살문리 동네 구석구석 풍경과 세밀한 자연 묘사에 한 번 더 놀랐었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단순한 취재로는 불가하다 생각하고 읽었는데, 역시 김중미 작가는 십수년 넘게 배경이 된 강화도에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고 있었다니 진실한 글이 나올 수 있구나 하고 자연스레 공감됐다.


‘모두 깜언’은 엄마 아빠 없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중학생 유정이 시선으로, 할머니, 작은 아빠, 작은 아빠에게 시집온 베트남 작은 엄마, 절친인 광수, 지희, 우주가 풀어가는 진짜 농촌 이야기다. ‘깜언’은 ‘감사하다’는 뜻의 베트남어지만, 한 도서 제목이 되면서 그 뜻이 보편적이라 할 만큼 알려진 말이다.



읽는 중에 베트남어 ‘꿍어, 꿍안, 꿍떵’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다’는 뜻인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농촌 모습을 잘 나타내는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었다.


유정은 언청이로 태어났다. 의학적인 용어로 구순구개열. 입술이 코 밑까지 갈라져 입천장마저 갈라진 채로 태어난 유정이는 작은 아빠 정성과 도움으로 수술도 받고 언어 치료도 받으면서 거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자랄 수 있었지만, 긴장하면 발음이 꼬여 여지없이 광수 놀림을 받고 만다.



베트남 사람인 작은 엄마 아들 용민이는 학교 형들에게 이름 대신 ‘다문화’라는 별칭을 달고 산다. 할머니는 유정이 버리고 집 나간 유정이 아빠와 엄마가 한이 돼 유정이가 늘 안쓰럽다. 작은 아빠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지만 FTA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결핍을 갖고 살아간다. 김중미 작가는 결핍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결핍을 메꿔 나가는 모습이 정감 있고 따뜻하게 펼쳐진다는 점이 이 책 매력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손에 보이지 않는 방패를 들고 서 있다가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려면 밀쳐 냈다. 누군가가 나를 공격이라도 할까 봐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중략) 나는 아무도 모르게 방패를 치우고 주먹도 슬쩍 폈다”


유정이는 그동안 방패를 세우고 겉으로는 안 그런 척 씩씩한 척 살아왔을 것이다. 싫으면 싫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할머니와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을 것이다.


우린 언제쯤 유정이처럼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 말이,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두려워하며, 타인과 비교하며, 현실에 처한 신세를 한탄하며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작가는 결핍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핍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매개가 되고, 서로 사랑하는 힘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유정이, 할머니, 베트남 사람 작은 엄마와 작은 아빠, 광수와 광수 아버지…. 이야기 속 모든 이는 결핍에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결핍을 공동체와 이웃과 나누면서 서로 결핍을 메꿔준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며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이 비쳐진다.


교육장으로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대외 행사에 참가하고, 대회나 교육 사업을 주관하고, 또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참석한 자리 성격을 막론하고 늘 드리는 말씀은 “함께 갑시다”다. 오랜만에 조금은 다른 성격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강조해 왔던 ‘함께’라는 의미를 잘 담은 것처럼 느껴져 더욱 반가운 책이었다. 강화도 살문리에 사는 유정이와 그 가족, 이웃과, 친구들에게 역시나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깜언, 모두 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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