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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 안개 걷힌 산중호수, 히말라야..
기획/특집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 안개 걷힌 산중호수, 히말라야 하늘과 만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7/18 09:41 수정 2017.07.18 09:41
랑탕 히말 여덟번째 이야기

오전 10시 15분, 어느새 언덕 위 하얀 탑, 타르초가 펄럭이는 스투파(Stupa) 언덕에 도착했다. 일행들 간격이 많이 벌어져 한참을 기다렸다. 라우레비나 롯지에서 올라오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였지만 간간히 찾아오는 고산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2천500년 전 공자께서 “동산에 올라가보니 노나라가 작게 보이고,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登東山이 小魯하고 登泰山이 小天下라)”라고 했다. 물론 성현 말씀은 물리적 고도(高度)와 시야(視野)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한마음’으로 아우르는 성인의 높은 경지를 말하고 있을 것이다. 70 평생을 통해 펴고자 했던 인생의 참다운 길, 인(仁)의 경지가 아닐까? 아, 늘 애틋하고 아득한 세상이여! 천하를 아우르는 무한 사랑이 곧 ‘하늘 마음’이다. 난 아직 갈 길이 멀다!















ⓒ 양산시민신문



오전 11시 산굽이를 돌고 돌아 가파르진 않지만 계속해서 올라가는 길이다. 굽이를 돌아가는 산길이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지면 다시 한 굽이가 나타나고 또 다시 아득히 하늘을 오르듯 고갯마루를 넘기도 한다. 그렇게 길은 민둥산 기슭을 돌고 돌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에는 에델바이스가 군락을 이뤄 피어있고, 온 산록에 이름 모를 붉은 꽃, 노란 꽃, 보라색 꽃이 펴 있어 길손 눈길을 사로잡는다. 힘들어도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한 시간 이상 걸어 높다란 바위고개(4천165m)에 올라섰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조망하노라니 뿌연 안개 속에 오른쪽 낭떠러지 아래 계곡 산중호수(Kund)가 나타났다. 도상에서 본 사라스와티 호수(Saraswati Kund)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거대한 산 중에 형성된 호수가 여간 경이롭지 않다. 위쪽으로 한 줄기 폭포가 하얀 궤적을 그리며 쏟아지고 그것이 호수에 유입된다. 넘치면 다시 계곡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짙은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고개를 넘어 다시 가파르게 내려와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서니 오른쪽 골짜기 아래 꽤 큰 호수가 나타났다. 바이랍쿤드(Bhairab Kund)다. 잠시 안개 걷힌 시야에 수면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안개 속 호수 풍경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디어 오늘 목적지인 고사인쿤도에 이르렀다. 해발 4천380m 고지에 위치한 고사인쿤도(Gosain Kunda)는 해마다 8월이면 위대한 힌두교 순례지가 된다. 네팔은 물론 인근 나라에서 수천명의 사두(Sadhu, 광신적인 탁발승)들이 성스러운 호수를 찾는다. 이곳에는 108개의 크고 작은 산중호수가 있는데 순례를 할 수 있는 호수가 8개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호수인 고사인쿤드(Gosin Kund) 가장자리에는 힌두교 삼대 신(神) 가운데 하나인 비슈누(Vishnu, 보호자의 신)를 모신 사당이 있고, 호수 한 가운데 커다란 바위는 시바신전 유물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순례자들은 호수 물이 남쪽으로 60km 거리 파탄에 있는 꿈베시아르 사원(Kumbeshiar Temple) 저수지까지 곧장 운반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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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잠시 호수(湖水)를 조망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고 인근 산봉(수리아피크)을 등정하고 싶었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라 올라온 길로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곱테를 거쳐 꿉툼상-순다리잘 등 할렘부 지역으로 경유해 카트만두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몬순이 아직 끝나지 않아 밀림 찰거머리 떼가 극성을 부리고 트레킹루트 사정마저 아주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여정이 말할 수 없이 지루해 일정을 바꿔야 했다. 특히 작년 이맘 할렘부를 지날 때도 죽을 고생을 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날씨는 흐리지만 안개가 걷히니 시야가 환하게 열렸다. 5천m 고산 허리를 가로질러 가는 벼랑 위 산길이지만 인적이 드물어 정취가 그윽하다. 길을 완만하게 오르고 내리다가 굽이를 돌아가며 사라지고 다시 언덕을 넘어서면 또 다시 저만큼 선을 그으며 산굽이를 돌아갔다. 올라올 때 만났던 원색 야생화들이 안개비에 젖어 더욱 싱그럽게 보였다.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고도를 낮추는 내리막길이어서 훨씬 수월했다.


오후 2시 30분, 하얀 스투파가 있는 산등성이에 오니 갑자기 짙은 안개가 몰려와 한 폭 그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안개 속에서 전 대원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완만한 초원지대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라우레비나 윗마을 롯지(3천901m)를 경유해 우리가 낮에 쉬었던 마당 넓은 롯지까지 내려와 긴 의자에 앉아 고단한 몸을 잠시 쉬게 했다. 낮에 봤던 장엄한 히말라야 설산거봉 풍광은 이미 안개가 삼켜 버렸다. 하산 길 초원에는 오전에 보지 못했던 양떼가 산록 초지에서 유유히 풀을 뜯고 있었다. 히말라야 고산의 목가적 풍경이 한없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오후 3시, 아침에 출발했던 초랑파티(3천584m)에 이르렀다. 잠시 머물며 일행들을 기다렸다. 오늘은 산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가 둔체(Dunche)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신곰파(Singompa, 3천330m)까지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길은 수레가 다녀도 될 정도로 넓고 평탄했다. 이 구간은 40~50m 크기 장대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원시림지역이다. 안개가 끼다가 걷히는 가운데 천년의 울창한 수림이 보여 주는 환상적인 모습은 실로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성인 서너 사람이 안아야 할 크고 시커먼 나무둥치에 양치류나 이끼식물이 새파랗게 살아 있는 모습은 더욱 싱싱한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이곳 히말라야 수림은 피톤치드가 많이 나와 삼림욕을 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곳이다. 장대한 거목(巨木)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길을 걷는 맛이 아주 쾌적했다.


안개 낀 원시림을 지나 얕은 고개를 하나 넘으니 길은 이제 산록 왼쪽 기슭을 타고 이어진다. 천길 벼랑 아래 고사인쿤도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살짝 안개가 걷히면서 건너편 거대한 산채에서 수백m 폭포가 흰 줄을 그으며 급하게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길 오른쪽에는 잡목 숲이 이어지는데 앞서 가던 가이드 리마가 숲으로 스며들더니 주섬주섬 무엇을 챙겨서 내려온다. 찻잎을 뜯고 싸리버섯을 뜯어 내려온 것이다. 저녁에 버섯요리를 하고, 싱싱한 차를 끓여 주겠다며 히죽 웃는다. 항상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순박한 사람이다. 얼마를 내려오니 타르초 깃발이 보이고 산기슭 아래 몇 채 집이 시야에 들어 왔다.


늦은 오후 마지막 기착지인 찬단바리(Chandanbari) 신곰파(Singompa) 마을 문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장장 9시간 동안 고사인쿤드 트렉(Gosainkund Trek) 산줄기를 타고 4천m 고지 이상을 올랐다가 내려온 길고 긴 여정이었다.


또 다시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시설이 꽤 괜찮은 롯지라 잠도 편안하게 잤다. 새벽 5시가 되기 전 미명(未明)의 시간에 신곰파(Singompa) 롯지(Hotel Yak and Nak)를 출발했다. 오늘은 이곳 3천330m 고지에서 해발 1천960m 가테콜라(Ghattekhola) 계곡으로 내려갔다 다시 둔체(Dunche, 1천950m)까지 걸어가야 한다. 일행들 모두 이마에 헤드랜턴을 장착하고 어둠 속 숲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렸지만 출발할 즈음에는 비가 그쳐 다행이었다. 오늘은 일단 둔체까지 내려가 그곳에 대기한 짚차를 타고 카트만두까지 들어가야 한다.

>>랑탕 히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 이상배
알피니스트
(사)영남등산문화센터 이사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세계5대륙 최고봉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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