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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⑫] 자연이 피워낸 생명이 가득한..
기획/특집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⑫] 자연이 피워낸 생명이 가득한 곳, 히말라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4/25 09:05 수정 2017.04.25 09:05
[뱀부 → 람체]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햇살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자연에 순응하는 길밖에 없다

히말라야에서는 고분고분
자연인이 돼 가는 것이다













ⓒ 양산시민신문
















 
↑↑ 이상배
알피니스트
(사)영남등산문화센터 이사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세계5대륙 최고봉 등정
ⓒ 양산시민신문 
네팔의 시간은 늘 자연 순리에 따라가는 삶이다. 그들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상, 우리가 마음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생각 속에서 참 오랜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봤다. 우리 일상이 얼마나 조급했던가 돌아보면서 느림에 대해, 기다림에 대해 곱씹어봤다. 생각 도중 히말라야 스타일의 낙천성에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여기서부터 네팔 국립공원 제1호인 ‘랑탕지역’에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네팔 라수와 구역 랑탕국립공원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레드판다가 자생한다는 내용의 그림판도 보인다. 그림 속 미인은 ‘2013년도 미스 랑탕’ 라카파왕모 따망 양이다. 네팔사람들 이름 뒷자리엔 반드시 종족을 표시한다. 따망족은 여기 랑탕지역에 주류를 이루는 종족이다. 



네팔에는 카트만두 부근 네와르족, 고르카와 포카라 인근 서쪽 언덕에 사는 구룽족, 에베레스트 지역 셰르파족, 이곳 랑탕지역 따망족이 대표적 종족이다. 우리와 동행하는 가이드 니마는 셰르파족이다. 쿡 마일라는 따망족이다.


예정보다 많이 늦은 시간, 둔체(Dun che, 1천960m) 거리에 들어서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집집마다 이미 전등을 밝히고 있었다. 둔체는 이 도로 길목에서 가장 큰 산간도시다. 이곳은 신곰파~초랑파티(3천580m)를 거쳐 힌두교 성지 코사인쿤도(4천300m)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우리 목적지 샤부루베시까지는 앞으로 3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 차를 세우고 식품을 구입했다. 



저녁 8시, 오늘의 스테이지 샤브루베시(Syabrubesi)에 도착했다. 샤브로베시의 캄캄한 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우리가 묵기로 예정한 숙소에는 이미 방이 없다고 했다. 바쁘게 탐방해 겨우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명색이 ‘Hotel Sky’라고 했지만, 내부는 우리나라 여인숙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주인은 요금을 3배를 요구했다. 다른 곳을 찾기도 마땅치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랑탕밸리(Langtang Vally) 트레킹이 시작됐다. 어제 밤새 비가 많이 내렸는데,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비는 그치고 안개와 구름이 주위 높은 산록을 따라 스멀스멀 올라가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은 랑탕 대협곡을 따라, 여기 샤브루베시(Syabrubesi, 1천503m)에서 출발해 도만(Doman)과 뱀부(Bammboo)를 경유해서 림체(Rimche, 2천400m) 롯지까지 올라가야 하는 여정이다. 거리도 상당한 거리이지만 고도(高度)를 높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말하자면 랑탕계곡 상류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


샤부루베시 마을을 지나 출루샤브루와 랑탕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고 나니, 본격적인 랑탕 계곡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계곡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길이 나 있다. 비교적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길, 계곡은 간밤에 내린 비 때문인지 엄청나게 불어난 물이 거세게 몰아쳐 흐르고 있었다. 좌우에 거대한 산들이 솟아 있는 히말라야 계곡에 광포한 기세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교적 낙차가 큰 곳에는 더욱 세차게 바윗돌을 휘몰아치고 나가는 거센 물줄기를 보며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 강진 곰파.
ⓒ 양산시민신문


오전 10시경 도만(Doman, 1천680m)에 도착했다. 도만은 두 개의 계곡물이 만나는 곳을 이르는 말로, 우리말 ‘두물머리’와 같은 뜻이다. 이곳은 랑탕콜라(Lang tang Khola)와 촙체콜라(Chopche K hola)가 만나는 곳이다. 콜라(Khola)는 계곡물을 이르는 현지 말이다. 계곡물이 모여 이뤄진 강은 코시(Kosi)라고 한다. 



이곳 도만 바로 위쪽에 거대한 폭포가 있는데, 엄청나게 많은 수량이 무서운 기세로 직하하면서 바위를 때려 하얀 물보라가 수십 미터까지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도만의 밧띠스 롯지 야외탁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밀크티를 마시며 팍팍한 가슴을 적셨다. 옆 탁자에 쉬고 있던 독일인과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눴다. 아들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독일 국세청에 근무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분단 상황에 대해 상당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낮 12시 정각, 3개 롯지가 있는 마을, 뱀부(Bamboo, 1천970m)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한라산 높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거센 물줄기가 폭주하는 계곡 물가에 위치한 곳에 몇 개의 롯지가 있다. 우리 대원은 히말라야 3 브라더스 롯지에 배낭을 내려놓고 야외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가지고 온 라면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계곡 물소리는 매우 거세게 들렸지만 시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문명 기계음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사한 햇살과 우렁찬 계곡 물소리, 한낮 평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산을 오르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이 거의 없다. 롯지 휴게소에서 몇 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랑탕 트레킹 코스가 이렇듯 한가한 것은 장장 3개월 동안 이어진 몬순(우림지역 장마) 탓이다. 망중한(忙中閑), 정오 햇살이 화사했다. 등산화 끈을 풀고 조용히 휴식에 든다. 무거운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오후 2시, 다시 트레킹을 시작하자 빗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화사한 햇살을 내리던 하늘이었다. 변화무쌍한 히말라야 날씨, 어쩌겠는가?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햇살이 내리면 내리는 대로 자연에 순응하는 길밖에 없다. 그렇게 고분고분 자연인이 돼 가는 것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히말라야 여행을 계속 이어가며, 고도를 높여 나아간다. 밀림 숲길이다. 다시 계곡 현수교를 건넜다. 계곡에는 엄청난 기세로 물줄기가 성난 듯이 쏟아지며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낙차가 크고 바윗돌이 가로놓인 계곡의 거대한 물줄기는 그렇게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일행은 잠시 비를 피해 롯지 식당으로 들어가 따끈한 밀크티와 창(Chang)을 시켜 각자 취향대로 한 잔씩 마셨다. ‘창’은 네팔 막걸리인데 따뜻하게 데워서 마신다. 잠시 훈훈한 기운을 회복하고 다시 산길을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 산길이다. 일부 대원은 힘든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고도를 높여갔다.


오후 4시가 거의 다 돼서야 오늘 목적지인 림체(Rimche) 롯지에 이르렀다. 강한 빗줄기는 약해지면서 소강상태를 보였다. 림체는 3천800m 코테가리 카르카 산록 중턱에 위치한 해발 2천450m 고지에 있는 산장이다. 이곳은 랑탕과 브리딤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브리딤(Briddhim, 2천229m)에서 북쪽으로 나아가면, 보테코시(Bhote Koshi) 협곡을 따라 만들어진 샤부루베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데, 이 길은 이곳 사람들이 티벳을 왕래하는 주요통로이다. 



보테코시 협곡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티무레(Timure, Setang 1천762m), 라수아가디(Rasuwagadhi, 1천814m)가 나오는데 이곳을 넘어가면 티벳(Tibet)이다. 사실 1960년대 중국이 티벳을 강제 점령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국경 보테코시 길을 통해 네팔로 넘어왔다. 그래서 랑탕 고산지역에는 티벳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밤하늘이 말갛게 개어 있다. 모두들 잠자리에 들어 밤이 깊어 가는데, 혼자서 히말라야 산중 밤바람을 쐬고 있다. 별이 총총했다. 여름철 고향집에서 바라봤던 오리온좌 삼태성(三台星)이 머리 위에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싸한 밤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여기저기 반딧불이가 작은 형광빛을 밝히며 유유히 날아다닌다. 어떤 것들은 내 손등에 내려앉았다 날아가기도 했다. 건너편 산 폭포소리는 밤의 적막을 깨고 더욱 크게 들려왔다. 히말라야 산중의 밤, 그렇게 오랫동안 조용히 앉아 가족을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우여곡절 많은 삶을 떠올려 봤다. 


림체(Rimche) 롯지 식당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계속되는 여정에 나섰다. 본격적인 여행 이틀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이곳을 출발해 랑탕밸리를 따라서 올라가다 고다타벨라(Goda tabella)를 경유해 랑탕(Langtang)마을까지 가는 여정이다. 


림체를 출발해 산록 길을 따라 20여분 내려가니 여러 채 집들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라마호텔’(2천420m)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계곡 옆에 자리 잡은 지역에 6개 롯지들이 아담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을 지나는 길목에 금속표지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2011년 네팔 카트만두국립대학교와 협약을 맺은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태양열 프랜트 설비를 기증한 내용을 담은 표지였다. 한국 서울대학교를 네팔 산간오지에 만나니 반가웠다. 산길은 거대한 수목 둥치마다 이끼가 끼고 양치류 식물들이 휩싸고 있는 원시림이다. 숲길을 따라가는 자연 속 휴식같은 힐링여행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낮 12시, 코다타벨라(Kodatabela, 3천8m)에 도착했다. 드디어 해발 3천m 고지에 올라섰다. 비를 맞은 탓이기도 하지만, 몸이 으슬으슬하고 머리까지 띵해 속이 약간 울렁거렸다. 고소증세(altitude sickness)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롯지 식당에는 따뜻한 장작난로를 피어놓아 젖은 우의를 벗고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오늘 점심은 여기서 즉석 폭포면(철원에서 생산된 쌀라면)으로 해결했다. 배는 고픈데 입맛은 당기지 않았다. 그러나 얼큰한 국물은 좋았다. 간밤 림체에서 만났던 독일인 부자(父子)가 도착해 점심을 함께 먹었다.

>>랑탕 히말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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