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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⑧] 히말라야에 가면 마음을 내려..
기획/특집

[네팔ㆍ히말라야 배낭여행⑧] 히말라야에 가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7/02/28 08:56 수정 2017.03.28 08:56















↑↑ 안나푸르나 히말 전경.
ⓒ 양산시민신문

















 
↑↑ 이상배
알피니스트
(사)영남등산문화센터 이사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세계5대륙 최고봉 등정
ⓒ 양산시민신문 
안나푸르나 산(Annapurna Mt.)

위치_ 네팔 히말라야 중부
높이_ 약 8천91m


안나푸르나 출발점은 네팔 제2 도시 포카라(Pokhara)에서 출발한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로 35분 정도 걸린다. 버스로는 200km 거리를 7시간 정도 가야한다. 교통편은 대체로 다양한 편이어서 형편에 맞는 노선을 선택하면 된다.

지도를 구겼다가 펴지 않은 것처럼…. 네팔을 두고 하는 얘기다. 하늘에서 네팔을 내려다보면 꼭 이렇다. 높낮이를 달리하면서 동서로 길게 누운 히말라야 때문이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일반적인 트레킹 구간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코스다. 약자로 ‘ABC’로 부르는데, 페디∼지누단다∼촘롱∼ABC∼촘롱∼간드룽∼비레탄티∼나야풀 순으로 107㎞ 거리를 걷는다. 



마차푸차레(6천993m)와 안나푸르나사우스(7천219m) 사이를 흐르는 모디콜라 강 계곡을 타는 재미가 색다르고 숲과 들판을 이어가는 구간도 흥미롭다. 고산증도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하산 때 좀 더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ABC 트레킹 장점 중 하나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하루를 더 투자해 푼힐전망대까지 다녀올 수 있다. 요즘은 나야풀∼고레파니∼푼힐∼타다파니∼촘롱∼ABC∼촘롱∼란드룽∼페디를 돌아보는 코스가 더 주목받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티벳의 한 스님은 “모든 사건은 인간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람이라면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과 ‘중요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버리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놓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영어로 말하자면 “노 셀프, 노 프로블럼(No self, no problem)”인 셈이다. 히말라야에 가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진정으로 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인 ABC(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 코스를 선택했다. 포카라에서 페디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뒤 곧바로 트레킹에 나섰다. 우리나라 농촌 풍경과 같다. 논과 밭으로 이어지는 논둑길을 따라 담푸스(1천650m)를 거쳐 포타나(1천900m)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튿날 포타나에서 촘롱으로 길을 이어갔다. 도중에 계단식 밭이 많은 톨카, 간드룽을 거쳐 란드룽까지 차례로 지났다. 


톨카에서 바라본 구름 속 히말라야 설산이 장쾌했다. 점심은 촘롱에 올라서기 전 언덕동네 지누단다(Jinu)에서 먹었다. 지누단다는 롯지가 달랑 3곳 있는 쉼터다. 지누단다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촘롱(2천170m)에 이른다. 촘롱은 헉헉대고 올라가야 할 만큼 힘든 깔딱고개다. 힘들게 올라서니 롯지가 제법 많다. 우린 레스토랑이 운치있는 이국적인 풍경에 여장을 풀었다. 


히말라야 비는 오후가 되니 사정없이 내린다. 여행자에 특별함을 선물하는 것 같다. 


촘롱의 아침은 비온 뒤라 아주 상쾌했다. 설산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걸음을 내딛었다. 촘롱에서 히말라야호텔까지는 6시간이 걸렸다. 도중에 들른 시누와도 네팔 특유 계단식 논밭 풍광을 선사했다. 시누와에서 밤부, 도반을 거쳐 히말라야호텔에 닿았을 때에는 모두가 많이 지친 상태였다.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 곧바로 곯아 떨어졌다.

















↑↑ 안나푸르나 트래킹 중 휴식시간.
ⓒ 양산시민신문



히말라야호텔에서 힌쿠케이브, 데우랄리를 지나면, 시누와에서 시작한 정글 트레킹이 사실상 끝난다. 이와 동시에 모디콜라 강의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눈앞에는 경이롭고 신비로 가득한 마차푸차레(6천993m)가 버티고 서 있다. 마차푸차레는 네팔인의 자존심으로 이들에게 신성한 산으로 불린다. 이 세상 어딘가에 오르지 못할 신(神)의 산이 있다면 서티벳 마운틴카일라스(6천714m), 동티벳 매리설산(6천740m), 그리고 마차푸차레라고 네팔 사람들은 힘줘 말한다. 그만큼 신성하다는 얘기다. 마차푸차레로 향하는 ‘MBC(3천650m,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찾아온 트레커들로 초만원이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숙소는 당일 결정된다. 도착순인 것이다. 그러나 트레커들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현지인 가이드를 미리 보내 방을 잡아놔야 한다. MBC에서 자고 일어나니 일행 중 일부가 고산증을 호소했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천천히 걷도록 주의를 준 뒤 다시 출발했다. MBC에서 ABC(4천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는 3㎞에 불과하지만 고도 때문에 2시간 넘게 걸렸다.


ABC는 늘 아름답다. 안나푸르나 연봉과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가 줄지어 눈에 들어왔다. 여유가 있다면 ABC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지만 우리는 간식만 챙겨 먹고 하산했다. 당초 밤부(2천490m)까지 내려오려 했으나 일부 트레커들이 피로를 호소해 도반에서 여장을 풀었다. 그럼에도 일행들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갑자기 ‘계절 이동’을 한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도반은 실제로 후덥지근했다.


다음 날 촘롱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기무룽과 코모롱단다를 거쳐 간드룽으로 넘어가는데 콧노래가 나온다. 특히 코모롱단다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풍경은 황홀했다. 들판과 계곡, 숲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코모롱단다에서 점심을 먹고 간드룽에서 히말라야 마지막 밤을 보냈다. 간드룽은 구룽족 마을로 사람들이 ‘토피’라는 전통모자를 쓴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구간인 간드룽에서 씨울레바자르를 지나 비레탄티와 나야풀로 이어지는 길은 4시간이면 족했다. 

















↑↑ 전통모자 ‘토피’를 쓴 구룽족.
ⓒ 양산시민신문



푼힐전망대 트레킹은 히말라야 트레킹 중 가장 짧은 코스다. 3박 4일이면 충분하다. 심지어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 코스 때 덤으로 다녀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망권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히말라야 8천m급 설산 중 안나푸르나(8천91m)와 다울라기리(8천167m)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이 코스를 ‘로얄 트레킹 코스’라고 여행자들이 부르는 이유는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좋은 경치를 두루 보고 오기 때문이다. 


푼힐전망대 트레킹 코스는 지도상에서 볼 때 삼각점을 돌아오는 모양새다. 나야풀∼고레파니∼푼힐전망대∼고레파니∼간드룽∼나야풀 순서다. 이 코스도 포카라에서 시작한다. 포카라에서 바그룽 자동차도로를 따라 1시간 남짓 이동하면 페디를 거쳐 나야풀에 닿을 수 있다.


나야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배낭을 챙겨 출발했다. 첫 목적지인 비레탄티까지는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중에 작은 바자르(시장)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비레탄티는 간드룽과 고레파니로 나눠지는 길목이다. 비레탄티를 벗어나면 오르막길이 부드럽게 열린다. 1시간 30분가량 걸어 구룽족과 머거르족이 함께 사는 ‘힐레’라는 마을에 닿았다. 하지만 잠시 숨만 돌린 뒤 걸음을 이어갔다. 티르케둥가(1천577m)에서 숙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맑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출발을 알렸다. 울레리, 반탄티를 거쳐 고레파니에 도착했을 때에는 또 하루가 갔다. 울레리는 여인의 속살처럼 살짝 고개만 내민 히운출리(6천441m)를 감상하기에 좋았고, 반탄티는 울창한 삼림과 계곡이 수려했다. 랄리구라스라는 네팔 국화가 가득 핀 꽃길도 아름다웠다. 고레파니(2천853m)는 ‘말이 물을 마시는 곳’이란 뜻을 지녔다고 한다. 이 말처럼 푼힐전망대를 찾는 트레커들은 으레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 길을 나서 푼힐전망대(3천201m)에 올랐다. 전망대에는 움막같은 찻집이 있는데, 새벽 트레커를 위해 따뜻한 밀크티를 팔고 있다. 차를 다 마시기 전에 해가 떠올랐다. 그 여명 속에서 안나푸르나 연봉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다울라기리 설산도 붉은 햇살을 받으며 시나브로 빛을 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어떻게 담을까? 서둘러 사진을 찍지만 역시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마음 속에 담는 것이리라.


고레파니로 다시 하산해 간드룽으로 향했다. 고레파니∼간드룽은 거의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코스다. 도중에 안나푸르나 거봉과 마차푸차레를 원도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을 몇 차례 만난다. 그러나 데우랄리를 지난 뒤부터는 내리막이 심해 발 아래를 조심해야 한다. 데우랄리(2천990m)와 반탄티(2천520m)는 1시간 거리에 불과하지만 고도가 470m나 차이가 나 급경사가 심했다.


반탄티에서 점심을 라면으로 때운 뒤 타다파니로 향했다. 타다파니(2천720m)는 반탄티보다 해발이 오히려 200m 더 높았다. 잠시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야 했다. 간드룽(1천940m)에 거의 도착할 무렵 네팔 아이들을 만났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순수의 빛깔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나마스테”를 외치며 졸졸 따라왔다. 다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왠지 내치기가 힘들었다.


다음날 간드룽에서 씨울레바자르, 비레탄티를 거쳐 나야풀로 원점회귀한 뒤 차량으로 포카라로 돌아왔다. 포카라는 쉬고싶은 히말라야 휴양도시이다. 


시간과 체력 때문에 트레킹은 힘들지만, 그래도 히말라야를 꼭 감상하고 싶다면 포카라에서 당일 일정으로 사랑곳(SARANGKOT) 전망대에 다녀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트레커보다 관광객에 맞춘 코스이지만 생각보다 흥미롭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길에 트리슐리 강에서 히말라야 래프팅을 잠시 체험하는 것도 좋다. 히말라야는 일기가 변화무상하다. 언제, 어떤 날씨를 만날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날씨가 나빠 히말라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트레커들이 더러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예술평론가 존 러스킨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며, 바람은 시원하고,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 다 지나간다”

>>안나푸르나 히말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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