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 마술과 인연
부산ㆍ서울 공연하며 시행착오
중부동 이마트 인근서 거리공연
“언제 어디서든 마술 하고파”ⓒ 양산시민신문
중부동 이마트 건너편 상가 사이 사거리에 마술사가 나타났다. 마술사는 검은 천을 두른 작은 책상 위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신기한 마술을 선보였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춰 마술사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마술사가 카드 한 장에 생명을 불어넣자 무표정하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폈다.
사람들에게 일상의 작은 기쁨을 선물한 마술사는 바로 양정환(21) 씨다. 그는 사람이 좋아 마술을 시작했고, 사람 표정과 감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길거리 마술에 푹 빠졌다. 2년 전부터 부산 해운대, 광안리와 서울 혜화마을, 인사동 등 곳곳에서 거리공연을 하다 양산에서 공연한 것은 1년 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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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토박이지만 양산보다 거리공연이 활성화돼 있는 부산이나 서울에서 공연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1년 동안 다른 지역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죠.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이 겉으로만 보면 즐거워 보일 수 있지만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거리공연 마술사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피나는 노력과 고통이 있었다. 양 씨는 손이 얼 정도의 한겨울 추위에 떨며 마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루 3시간 이상 한 자리에 서서 보수가 없는 공연에 몰두하기도 했다.
“보통 한 번에 10분 정도인 공연을 4~5번 반복하고 5분 정도 잠깐 쉰 뒤 다시 공연을 시작해요. 공연 한 번에 30명 정도가 모여 저만 바라보죠.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긴장했던 시절은 지났지만 사람들 앞에서 오랜 시간 있으면 심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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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씨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다 보면 힘든 순간도 마술처럼 사라진다고 했다. 그가 우연히 마술과 만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마술에 빠져있는 이유도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술과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보며 교감하다 보면 추위도 찌는 더위도 아파 오는 다리도 긴장에서 오는 떨림도 희미해진다고 했다. 마술에 미쳐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가 봉사활동을 하고 마술용 동전을 받아오면서 마술과 인연이 시작됐어요. 친구가 동전을 선물로 줘서 집에 가져가 온종일 연습했죠. 이후에 마술에 관심이 생겨 다른 마술사들이 인터넷에 올린 영상을 보고 따라 했어요. 그렇게 몇 달을 연습해 다양한 마술을 조금씩 손에 익혔어요”
양 씨의 마술사랑은 계속 커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매직엔터테인먼트과에 들어갔다. 6년 동안 그가 사랑해서 연습한 마술은 중학생 때 처음 만난 동전과 카드를 활용한 초근접 마술이다. 그는 학교와 길거리에서 좀 더 넓은 마술의 세계를 접하며 조금씩 성장해갔다.
“학교에서 2년 전부터 거리공연을 시작한 친구를 만났어요. 친구와 거리공연을 하고,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웠죠. 혼자서만 하다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현실의 벽을 크게 느껴 좌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지금은 공연을 볼 사람들만 생각하며 몇만 번을 연습해도 안 되는 마술을 될 때까지 연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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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씨는 거리공연이 주는 장점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교감’이라고 표현했다. 작은 실수도 애드리브로 바꿀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고, 눈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오랜 시간 연습한 마술을 보고 너무 놀라 비명 지르는 사람, 환한 미소를 보이는 사람과 관객들의 박수가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사람들 표정을 자세히 보는데 지친 얼굴을 한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도 제 마술을 보면 환하게 웃더라고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잠깐의 여유와 재미를 선물하는 게 꿈이에요. 거리공연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일부러 틀리는 마술인데 제가 잘못한 줄 알고 감싸주던 외국인, 추운 겨울에도 제 마술을 끝까지 보고 손뼉 쳐준 사람, 팁 상자에 작은 정성을 넣어준 사람들…. 성공, 돈, 명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술을 봐주는 관객을 따라 언제 어디서든 마술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