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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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자기 신분을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문답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포털 사이트에는 다양한 사전 기능이 있다. 각종 언어 사전을 비롯해 역사, 지리, 사상, 예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살아있는 백과사전 역할을 하고 있다. 가히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은 정보 바다다. 지구상 모든 뉴스가 흘러다니고, 방금 끝난 월드컵 결승전이나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의 상세한 결과와 함께 분석기사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연예인 사생활 사진과 제한된 공간에서 여과 없이 발설된 신변잡기 이야기가 그대로 떠다니는 곳이다.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연예인은 스스로 뉴스거리를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서로 자기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게임과 쿠폰이 선정적인 화면을 자랑하고 있는가 하면,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공공연히 제작된 포르노 영상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순기능을 이용하는 사람들 태도다. 인터넷의 유용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것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 산업 세계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청소년 인터넷 이용수준을 살펴보면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초ㆍ중ㆍ고등학교 수업형태는 많은 과목에서 단답형 주입식 교육이 퇴조하고 그 자리에 서술형, 조사ㆍ보고형 또는 토론형 수업이 대신하고 있다. 서구형 교육방식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지만 진작부터 그런 식의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아보지 못한 우리 청소년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장 교사의 가장 큰 고민은 인터넷에서 베껴오는 과제물을 가려내는 것이다. 심한 경우 한 반의 학생 답안이 오자(誤字)까지 모두 같다는 사실에 참담할 따름이란다. 더욱 큰 문제는 학생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에 접속해 보면 대부분 초등학생의 숙제 자료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기야 돈을 받고 대학생들 리포트를 대신 작성해 주는 사이트도 널려있는 형편이니 누구를 탓하랴. 이들은 인터넷을 뭐라고 생각할까. ‘해결사’는 아닐까. 조만간 정부가 나서서 초ㆍ중학생들에 대한 ‘인터넷 표절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부정행위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다. 필자가 운전면허를 취득한 1980년대에는 면허 발급기관 직원이 상당수 응시자로부터 돈을 받고 부정으로 면허를 발급해 줬다가 사정당국에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필자도 유혹을 받았으니 그 정도가 오죽했겠는가. 각종 자격증 취득시험의 대리 응시도 많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교통경찰관의 도로상 위법행위 단속과정에서 비리가 사회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무인단속 장비로 대체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부조리의 영향일까, 지금도 도로교통법상 준수 의무를 지키는 운전자가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자조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처럼 어른이 솔선하지 않는 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없다.
가족여행을 하면서도 교통신호를 대놓고 무시하는 아버지, 학교 정문 앞 도로에서 아이 손을 잡고 무단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엄마, 대학 전형을 위해 스펙을 돈으로 사는 부모, 제자에게 성적으로 위협하면서 자신의 저서를 강매하는 교수가 존재하는 한 우리 청소년에게 사회 규범을 이야기할 수 없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정치인 식언은 이제 진부하기까지 하다.
청소년 인터넷 윤리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그들이 부정과 부조리에 만연돼 도덕의식과 사회 가치관을 왜곡한다면 우리나라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남을 앞서는 것도 정당한 방법에 의해서 이뤄야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지금이라도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 어른 잘못을 하루아침에 다 바로잡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식들이 세계 경쟁 속에서 당당히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내 자식에 대한 교육부터 차근히 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