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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전통시장의 업황전망 경기동향지수는 65.3으로 전달보다 무려 18.7p 하락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경기동향 지수가 낮은 편이지만 올해는 더욱 낮아졌다. 반면 대형마트는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다양한 여름 이벤트를 마련하면서 의무휴업 시행에도 불구하고 양산지역 대형마트의 경우 평균 7~10%, 일부 품목의 경우 15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요즘 같은 더위엔 나 같아도 시원한 대형마트로 가지, 이 곳(전통시장)에 안 오겠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날씨마저 안 도와준다” 남부시장 장날이었던 지난 16일, 한 상인의 푸념이다.
35℃가 넘는 푹푹 찌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면서 양산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상인과 손님으로 북적이던 장날도 예전 같지 않다. 평소 장날이면 좁은 통로에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한산한 모습이다. 그나마 햇볕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오가는 발걸음이 조금 늘었다고 느껴질 뿐이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남부시장은 비나 강한 햇볕은 막아주지만 한껏 달아오른 온도에는 대처 방법이 없다. 남부시장은 비슷한 아케이드가 설치된 다른 지역 시장에 비해 그나마 바람은 잘 통하는 편(?)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그야말로 한증막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판에 손님이 시장을 찾을 리 없다. 상인들의 표정에도 무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선풍기를 틀어놨지만 역부족이고, 부채를 부치느라 정신이 없다. 목에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수건이 걸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대형마트가 의무휴업하고, 전통시장을 이용해달라고 호소해도 말 그대로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채소를 파는 한 상인은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비싸거나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장사가 안되는 것은 상인들이 노력하면 될 일이지만 날씨 탓에 장사가 안되는 것은 어떻게 할 방법도 없어 더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남부시장을 찾은 김아무개(39) 씨는 “가끔 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나오기도 하지만 올여름 들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대형마트에 가면 물건도 사고 피서도 할 수 있는데, 전통시장은 여유롭게 둘러보기는커녕 필요한 물건만 얼른 사고 돌아가기 바쁘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상인들이 장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 손님은 “단골로 이용하던 생선상인이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안 나와 주변에 물어보니 상인이 나이가 많은 탓에 건강도 안 좋고, 생선도 팔리지 않아 최근에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통시장인 덕계종합상설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단일 건물에 냉방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케이드가 설치된 남부시장에 비하면 훨씬 시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 역시 폭염에 손님이 줄었다고 푸념이다. 특히 젊은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한 상인은 “덕계시장이 상대적으로 시원하다고 해도 대형마트나 SSM(기업형수퍼마켓)에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무더위에 굳이 전통시장에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상인들이 더위에 덜 지치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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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도심 속 무더위 피서지로 손에 꼽는 곳이 은행, 커피숍, 대형마트인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대형마트에요.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쇼핑과 식사를 한곳에서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좋거든요”
한 달 넘게 더위가 지속되면서 대형마트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대형마트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불경기 속에서도 여름특수를 맞은 대형마트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만큼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전 같으면 여름 제품을 철수하고 가을맞이 새단장을 준비할 때지만 무더위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르면서 여름 제품을 찾는 고객이 줄지 않아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제품은 물론 가공식품류가 여전히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웅상점은 8월 들어 매출이 5% 늘었다. 여름 관련 상품들이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실내온도 유지 정책에 따라 26℃를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에는 마트가 덥다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올해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다 보니 마트가 시원하다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후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양산점 역시 지난해 여름에 비해 매출이 10%가량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피서 관련 상품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 무더위로 인해 피서철이 늘어나면서 계산대는 아침부터 여행 물품을 사려는 피서객들로 긴 줄이 이어진다.
피서객들이 떠난 오후에는 가족 고객들이 마트를 가득 메운다. 지난 16일 오후 7시쯤 찾은 이마트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부모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이 시식대를 찾아 이곳저곳 쫓아다녔다. 매장 내 마련된 푸드코트에는 더위를 피해 쇼핑 겸 나들이 나온 가족 고객들로 북적였다.
부인과 아들 2명과 함께 푸드코트를 찾은 정상효(44, 남부동) 씨는 “인근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집에 가기 전 쇼핑도 하고 밥도 먹을 겸해서 마트에 들렸다”며 “주차장도 잘 갖춰져 있고 시원해서 요즘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장기간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냉방제품과 여름 피서물품은 물론 아이스크림과 가공식품류가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며 “푸드코트의 경우도 지난해에 비해 가족단위 고객이 많아지고 매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 본사가 지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더위 관련 상품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와 더위가 반복되던 2주 전과 비교했을 경우 수박은 16.4%, 아이스크림 14.3%, 맥주 25.7% 매출이 증가했다. 음료용 조각얼음 54.5%였고 에어컨은 무려 150.7%, 선풍기는 52.0%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안창민 기자 ijcenter@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