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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알맹이 빠진 생태하천 복원사업..
사회

알맹이 빠진 생태하천 복원사업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3/04/02 09:18 수정 2013.04.02 09:27
유산천ㆍ회야강ㆍ북부천ㆍ대석천 사업 추진

생태 기능 외면한 채 친수공간 조성만 치중






지자체마다 도심 하천 살리기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 생태하천 복원사업인데, 국비 지원을 포함해 사업당 적게 잡아도 100억원이 훌쩍 넘는 사업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인터넷에 ‘생태하천’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각 지자체의 복원사업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지만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정작 ‘무늬만 생태하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생태하천 복원에 사업비를 쏟아 부으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수변공원 조성사업과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생태기능을 생각하지 않고 콘크리트로 그럴듯하게 겉치레만 하면서 오히려 하천기능을 악화시킨 사례도 있다.

양산시도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산시가 추진하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봤다.  

↑↑ 지난 2월 사업을 준공한 유산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현장 전경(사진 오른쪽). 사진 왼쪽은 사업 전 유산천 전경.
하천 4곳 500억원 들여 생태 복원

어곡ㆍ유산공단을 흐르는 유산천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지난 2월 마무리됐다. 사업비 148억원이 투입돼 어곡동에서 양산천 합류부까지 4.5km 구간으로 2006년부터 시작한 이번 사업은 콘크리트 제방 철거는 물론 둔치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설치, 어도 등 자연형호안 구축 등이 진행됐다.

시는 유산천의 자연형 생태하천 정화사업 준공을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국ㆍ도비 285억원을 포함해 모두 3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회야강과 북부천, 대석천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5월 시작해 지난달 착공한 회야강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평산동 평산교부터 용당동 당촌교까지 4.76km 구간으로 2015년 2월까지 국비 112억원과 도비 19억2천만원, 시비 28억8천만원 등 160억원이 들어간다.  

역시 지난달 착공한 북부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2015년 12월(사업 시작 2011년 6월)까지 국비 70억원과 도비 12억원, 시비 18억원을 투입해 명곡동 양산대학교부터 양산천 합류부까지 4.6km 구간에 대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한다. 

이밖에 지난해 4월 사업에 들어가 오는 5월 착공, 2016년 12월 준공 예정인 대석천은 대석소류지에서 양산천 합류부까지 2km 구간에 국비 60억원, 도비 12억원, 시비 28억원 등 1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시는 이들 하천의 복원사업을 통해 생태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새와 물고기가 돌아오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깨끗한 하천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으로, 특히 건천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부천은 수량 확보와 유지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이들 하천 수변공간에 산책로와 자전거길, 생태학습장, 생태공원도 함께 조성해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양산은 부산과 울산의 중심에 위치한 삼산의 중심도시로 택지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도시개발에 따른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 발전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인구 유입과 공장이 입지해 시민이 즐기고 쉴 수 있는 하천 내 친수공간이 크게 부족하다”며 “하천 복원을 통해 명실상부한 친환경 생태도시(Ecological Polis)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하천기능 강화와 수질악화 문제를 해소해 오염총량제를 대비한 환경인프라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끝난 유산천에 쓰레기가 떠있고, 우수관에서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그대로 흘러나와 강물에 기름띠가 떠다니는 등 ‘생태’ 빠진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 될 수도

그렇다면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하천 기능을 회복해 시민의 여가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사업 본래의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을까?

지난 2월 사업을 마무리한 유산천을 찾았다. 멀리서 보면 우선 하천 주변으로 잘 정돈된 산책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둔치로 내려가자 부유물이 떠다니는 짙은 녹색의 강물이 흐르고 있다. 하류지역인 양산천 합류부 쪽으로 내려올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심지어 강물에는 기름띠가 떠내려 오기도 한다. 물살이 거센 상류 쪽으로 가면 이런 현상이 덜해지지만 하천 바닥에는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다. 수생태를 복원해 물고기가 돌아오는 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계획과는 딴 판이다.     

이러한 이유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에서 사실상 ‘생태’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물고기들의 쉼터라고 할 수 있는 하반림과 물고기들이 다니는 어도를 설치하는 등 생태복원을 위한 노력은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수질 개선에 대한 대책은 없다.

유산천의 경우 공단지역을 흐르지만 인근 공단 우수관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하수와 지류에 대한 수질정화 대책이 없어 생태하천 복원사업 이후에도 깨끗한 수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이름만 거창할 뿐 결과적으로 수변공원 조성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런 문제는 유산천뿐만 아니라 착공에 들어가는 다른 생태하천 복원사업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 후 수중 식물과 자연석 설치 등으로 일부 정화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질 개선에 대한 대책은 사업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하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우수관이나 지류에 대한 수질 개선 대책 역시 세워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지난해 생태하천 복원사업 구간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하도록 환경부 지침이 내려왔다”며 “이에 따라 모니터링 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생태 복원과는 거리가 먼 환경정비에 그치고 있다. 사람 중심의 보기만 좋은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엄청난 사업비에 비해 실효가 없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천 규모와 이용실태는 물론 생태계 현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이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생태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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