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의 체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사랑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2012년도 이제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외롭고, 소외받은 이들을 위해 우리의 이웃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서로가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마음이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을 밝히고 있다.
딸 교통사고 무사히 넘긴 감사함에
2009년부터 어르신에게 식사 대접
“돈이 많아서, 시간이 많아서 봉사하는 게 아니에요. 봉사라는 게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북면 순지리에서 한식당 ‘대장금’을 운영하는 김순연(56) 씨는 지난달 19일 하북면과 울산 울주군에 거주하는 어르신 350여명을 식당으로 초청해 따뜻한 점심을 대접했다. 지역 어르신을 향한 김 씨의 사랑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부터 해마다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김 씨가 식사를 대접하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2009년 하나밖에 없는 딸이 운전 중 빗길에 미끄러져 교통사고가 난 것. 차를 폐차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딸은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했다.
이 사연을 들은 한 스님은 “딸이 무사한 건 공양 덕분이다. 돈을 받든 안 받든 자네가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 자체가 공양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님의 말을 들은 김 씨는 고민 끝에 지역 어르신을 위해 식사 대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딸이 무사한 것만으로 감사했어요. 그 일을 겪고 난 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좋은 일을 통해 어떻게든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식사 대접은 해마다 11월이 오면 선짓국이나 갈비탕, 육개장과 수육, 떡 등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골라 준비한다. 행사 당일에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지만 재료 다듬기부터 요리까지의 과정은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 그래서 행사 전날에는 밤을 꼬박 새워야 할 정도다.
힘에 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해요. 식당일도, 봉사도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나중에 식당에 들러 맛있게 먹었다고 말씀해주시니 더욱 힘을 내죠”고 말했다.
그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지난 9월 한 달간 휴업한 것.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경제적으로도 힘들어 주위에서 “올해는 쉬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김 씨는 “누가 시킨 일이 아니라 나 스스로 약속이었습니다. 내 사정이 있다고, 내 주머니가 가볍다고 당장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요”며 봉사에 대한 남다른 뜻을 드러냈다.
남을 위해 맛있게 요리하는 그 자체가 행복이고, 그 일로 봉사까지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김 씨.
김 씨는 말한다. “어르신들 대접하는 그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아요. 다른 곳에서 장사하더라도 계속할 거예요. 점심 한 끼이지만 앞으로도 동네 어르신들이 더 많이 와서 먹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