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유럽 커뮤니티 비즈니스]‘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
기획/특집

[유럽 커뮤니티 비즈니스]‘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 이탈리아 부자 도시 볼로냐

김명관 기자 cheongam@ysnews.co.kr 408호 입력 2011/12/13 11:45 수정 2011.12.13 11:18
② 마을이 세계로 - 이탈리아 커뮤니티 비즈니스




↑↑ 장인 피에르루지프라타씨의 작품들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경제가 살아나다
 - 스위스 커뮤니티 비즈니스
2. 마을이 세계로
 - 이탈리아 커뮤니티 비즈니스
3. 양산의 미래를 본다

------------------------------------------------------------

이탈리아 북부 내륙에 위치한 도시 ‘볼로냐’는 이탈리아에서 사업체가 가장 많다. 빈민의 도시에서 중소기업 천국이 된 볼로냐는 인구 10명당 사업체 1개가 존재한다. 볼로냐 인근 지역까지 포함한 인구 100만 명 가운데 실업률은 2009년 말 기준으로 2.7%에 불과하다. 2009년 말 이탈리아 평균 실업률이 7.7%임을 감안하면 볼로냐 시의 실업률은 3분의 1 수준이다. GDP도 3만5600여 달러로 이탈리아 평균(2만5861달러) 보다 1만달러가량 많으며 여성 노동참여율도 이탈리아 평균 46.6%를 훌쩍 뛰어넘는 65%를 기록하고 있다. 

 
공방형 중소기업의 네트워크 CNA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구두’


변변한 대기업이 하나도 없지만 볼로냐 시 시민들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배우 현빈(김주원 역)이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이라고 표현했던 장인기업이다. 작은 공방형 기업들은 CNA(장인국가연합)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세계 경제 무대에서 기획, 홍보, 마케팅을 펼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CNA는 1945년 4월 창립됐다. 당시 볼로냐 시는 이탈리아 전체 도시 가운데 가장 낙후돼 있었다. 그래서 실업자에 대한 구제방안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자원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끝에 CNA가 탄생했다. CNA의 노력으로 1956년 협동조합을 인정하는 법이 제정됐고 협동조합에 가입한 공방형 중소기업의 세금은 인하되고 협동조합이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볼로냐 시에는 이러한 협동조합이 100여개나 된다. 이탈리아 정부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전 1959년 CNA는 자체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미용학교를 설립해 기능인을 양성하는가 하면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공방형 중소기업을 육성했다. 작지만 강한 공방형 중소기업을 네트워크로 형성하는 전략은 ‘볼로냐 공법’으로 만들어진 수제 구두나 핸드백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을 탄생시켰다. 도심 뒷골목 개성 있는 공방들은 세계 수준의 명품을 생산하면서 볼로냐 시가 이탈리아 제2의 부자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생산력이 왕성한 창조도시가 될 수 있었다.

볼로냐 시의 시민들은 시장에 간다는 말보다 협동조합의 이탈리아 말인 ‘꼬페라떼’의 줄임말인 꼽을 간다는 말이 더 익숙하다고 말할 정도로 협동조합의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시민들도 소비자 협동조합에 가입해 마일리지 혜택과 신뢰 깊은 제품을 사용하며,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실행하는 간단한 예금 수신 업무를 이용하기도 한다.

한국의 소비자 협동조합과 다른 점은 협동조합에서 공산품도 취급하는 등 대규모 마트부터 작은 가게까지 다양한 조합이 있다는 것이다.

볼로냐 시에는 1970년대부터 도시 외벽 밖으로 펼쳐진 주거지와 주변 농촌의 경계지점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패키지 기계제조기업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교외지역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역사적 건축물이 몰려 있는 도심은 공동화 되기 시작했다. 볼로냐 시는 ‘역사적 건축물 보존과 재생’이라는 볼로냐 방식의 도심 재생전략을 수립했다.

1985년부터 도심을 6구역으로 나눠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 활용방안을 세밀하게 짰다. 시청 앞 마조레 광장에서 ‘두개의 탑’과 볼로냐대학으로 이어지는 축을 따라 뒷골목 구석구석에 생겨난 예술 공방형 기업들은 도심 재생의 가장 큰 힘이 됐다. 가장 주목할 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합의였다. 시민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고, 아름다운 거리를 만드는 포르티코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볼로냐 시는 없었을 것이다.

예술문화의 창조성을 산업으로 살린 창조산업군의 발전이 도시경제의 새로운 엔진이 되어 고용과 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 3대째 이어오는 예술장인 피에르루지프라타 씨

↑↑ 장인공방의 작업모습

↑↑ 치비텔라시의 멘체티 기네타(Menchetti Ginetta) 시장에게 취재단이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 세계 슬로시티 삐에르 조르지오 올리베티 사무총장과 함께한 취재단.


--------------------------------------------------------

[인터뷰] CNA 직원 파브리지아 포르니(Fabrizia Forni)

“CNA 가입조직 문닫을 확률 1/10”

CNA 직원 파브리지아 포르니는 CNA에 가입돼 있는 기업이 1년 안에 문을 닫는 경우는 일반 기업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냐 시의 전체 기업 중 90% 이상이 CNA에 가입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업부터 기능인 양성,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지도와 지원을 통해 볼로냐 시의 경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CNA가 하고 있다.

가입기준은 회사가 볼로냐 시에 위치해 있어야 하고, 일정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 CNA를 통한 경제적 네트워크가 치밀한 탓에 볼로냐 시에는 글로벌 기업이 뿌리내린 경우가 없다고 한다.

또한 볼로냐 시는 북유럽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서 100개가 넘는 도시로 운항하는 공항과 기차편, 도로망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교통여건을 살려 세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CNA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약 700명으로,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협동하는 것 만이 살 길이라는 자각에서 출발해 현재는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

‘느림과 보존의 미학’ 치비텔라시의 치타슬로 운동

“치타슬로는 개발보다 보존이 우선되어야”

이탈리아 치비텔라발디치아나(이하 치비텔라) 시는 자연과 경제가 하모니를 이루며 살고 있는 도시이다. 토스카나 지방의 아레초(Arezzo) 시에서 13㎞ 떨어진 고원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며  치타슬로(Citta Slow: Slow City의 이탈리아어) 운동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시작된 치타슬로 운동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치타슬로국제연맹이 주도하는 네트워크 운동이다. 이 운동은 천천히 먹기(Slow Food)와 천천히 살기운동(Slow Movement)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를 형상화한 로고를 사용한다.

치타슬로국제연맹에 가입하려면 인구 5만명 이하, 친환경 에너지 개발, 자전거도로 만들기, 나무 심기, 마을광장의 네온사인 없애기, 패스트푸드, 유전자변형음식 거부, 외지인의 부동산거래 금지, 실외 자판기의 최소화, 문화유산 지키기 등 매우 조건이 까다롭다.

치비텔라 시는 공해 테스트를 통해 환경·화학적으로 오염이 없다는 것을 인정받아 치타슬로국제연맹에 가입했다. 이를 위해 오염원을 흡수하는 정원식물을 주민들에게 공급했고, 곳곳에 공기 질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광고판이나 포스터 부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가로등도 낮게 달아 인공 빛이 도시의 야경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했다. 교통수단도 차량 운행을 줄이기 위해 녹색교통수단인 철도를 활성화시켰고, 장애인들의 보행권을 위해 보도블럭을 없앴다.

치타슬로국제연맹에 가입한 뒤 치비텔라 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상인들의 매출이 향상됐으며, 독일과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다.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다는 국제슬로시티연맹 피에르 조르지오 올리베티(Pier Giorgio Oliveti) 사무총장은 “한국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데, 느리다는 의미가 반드시 뒤쳐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옥, 한식, 베틀은 작은 경제학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며, 경제활동에 앞서 정체성을 올바로 아는 것이 치타슬로운동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유럽 커뮤니티비즈니스 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