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 11이 4번 겹친 2011년 11월 11일 11시에 프라우엔펠트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즐기는 지역축제가 개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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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경제가 살아나다 - 스위스 커뮤니티 비즈니스
② 마을이 세계로 - 이탈리아 커뮤니티 비즈니스
③양산의 미래를 본다
스위스 정부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지역간 불균형 해소와 지역투자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혁신프로그램인 ‘레지오 플러스(Regio Plus)’를 추진했다.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EU 구조개선 프로그램의 스위스 판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오 플러스는 민관이 연합한 추진단을 만들고, 지역에서 결정한 사업을 중앙정부가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학교수, 법률가, 마케팅 전문가 등 각계인사 98명으로 인력풀을 구성하고 지역의 참신한 프로젝트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스위스 정부는 2007년 7월까지 레지오 플러스 사업에 모두 5천7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전체 99개 프로젝트가 거의 완료됐다. 이 프로젝트로 스위스 국토의 80%가 구조변화를 하고 있으며 농가 인구도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 스위스 정부의 분석이다.
주민과 의회가 손잡은
농촌지역 프라우엔펠트
프라우엔펠트(Frauenfeld)는 스위스 북부 취리히 북동쪽에 있는 투르가우(Thurau)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5만2천명으로 농촌지역이다. 프라우엔펠트는 16개 면단위가 24개로 세분화되는데 이를 게마인데라고 부른다. 스위스 게마인데들은 지방자치 전통이 강해 연계 협력에 잘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지역발전을 가로막았다. 젊은이들도 점점 줄었다. 지역은 침체 위기를 맞았다. 지역주민들과 의회는 손을 잡았다. 프라우엔펠트지역마케팅연합(Kooperatives Regional market-ing fuerdie Regio frauenfeld)이라는 민관협력 조직을 결성하고 스위스 정부의 지역혁신프로그램인 ‘레지오 플러스(Regio Plus)’정책을 추진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프라우엔펠트는 지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동발전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프라우엔펠트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는 지역경제와 관련된 교육, 이미지마케팅, 축구장 건설, 교통시설 확충, 철도 증설, 상수원확보, 농산물 마케팅, 주택정책, 실업자 보호, 인력 양성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사업계획을 세웠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시내 중심지에 대한 지원정책을 펼치면서도 도시와 지방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지역 전체에 경제적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그 핵심전략 추진은 민간전문추진단이 맡았다. 의회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스위스는 의회에서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프라우엔펠트에는 7명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최종 확정했지만 그 결정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고 민간전문추진단을 중심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했다. 그리고 주민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추진단 내 분과위원회는 4년간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프라우엔펠트로 유입되는 인구는 해마다 2%씩 증가하고 있다.
낙후된 마을에서 유네스코
지정마을 된 엔틀레부흐
레지오 플러스(Regio Plus)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혜지역은 ‘엔틀레부흐(Entlebuch)’다. 엔틀레부흐는 베른(Bern)과 루체른(Luzern)사이에 위치한 마을로 해발 2350m에 3만9000㏊를 차지하고 있는 광대한 지역이지만 고산 습지대라는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스위스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엔틀레부흐는 불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역발상을 통해 지역경제와 관광 등 복합적인 기능을 실현시켰다. 바로 지난 2001년 스위스에서도 유일하게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
이는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를 통해 나날이 변모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 있던 엔틀레부흐 주민들에게 스위스에서도 가장 넓은 고산 습지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여러 종의 야생 동식물군과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동굴 등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만 여겼던 스위스 유일의 태초의 풍경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탈출구가 된 셈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UNESCO Bioshere Reserve)은 인간이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유네스코에서 지정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서 전 세계 500여지역이 지정돼 있다. 인구 1만6천941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지역인 엔틀레부흐는 이제 스위스에서도 전혀 낙후된 지역이 아니다.
엔틀레부흐는 단순히 자연 보전이 잘 되어 있는 수준을 넘어 지역 경제, 관광 등 복합적인 기능을 자연과의 공존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미셸린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은 식당, 레닌이 머물렀던 호텔 등 문화· 역사적으로 다양한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거대자본이 투입되고 다시 다국적 기업에게 수익이 환원되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수익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고급 체인 호텔이나 화려한 관광상품은 없지만 에코투어리즘의 원형을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네스코 엔틀레부흐 엘케구쓰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후 가장 큰 소득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라며 “마을에서 가공된 치즈는 최상위 품질로 인정받고 파스타와 딸기 알코올 음료 등은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공동취재단)
↑↑ 프라우엔펠트 시청사에서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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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틀레부흐에 위치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UNESCO Bioshere Reserve) 사무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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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 주도 알렉산더 레스커
“주민참여가 사업성패 좌우”
↑↑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현재도 직 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는 알렉산더 레크커씨는 주민간 융화와 협조가 잘 이루어졌기에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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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목표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환경을 높여, 인근지역인 취리히 주민을 프라우엔펠트로 영입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중앙정부 지원과 기업 및 주민들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모두 180만 프랑을 모아 시작했다.
이 도시에서는 신호등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운데, 로터리를 설치하면서 신호등을 없애 교통흐름의 선순환은 물론 절전효과를 이끌어 냈다. 이 사업도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는 없는 스케이트장과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으며, 마을축제를 신설했다. 또한 지하철역과 도로표지판, 버스광고 등을 통해 프라우엔펠트에 대한 광고와 축제 광고를 실시해 큰 효과를 봤다.
도시의 학생들은 농촌에서, 농촌 학생들은 도시에서 일주일씩 수업을 받는 교환학생 제도를 운영해 마을을 널리 소개하기도 했으며, 공동구매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배경에는 주민간 융화와 협조가 매우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알렉산더 레스커는 말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S-Bahn(완행열차) 선로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프라우엔펠트는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대도시인 취리히와 가까워 S-Bahn을 확대함으로써 인구유입을 가속화하려는 의도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10년 전에는 1시간에 1대가 운행했으나 현재는 15분 단위로 S-Bahn이 운행하고 있다. 또한 레지오 플러스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으로 매년 세금이 인하돼 10년 전과 비교해 약 10%의 세금이 인하됐다고 한다. 이로인해 다른 지역의 기업체나 주민들이 프라우엔펠트로 이주하는 효과를 거뒀다.
알렉산더 레스커는 “프로젝트를 선정하는데 있어 주민들이 반대하면 카달록 등을 발송해 지속적으로 홍보했고, 그래도 반대하면 주민투표로 결정했다”면서 “주민들의 참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