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뎬무’가 더위도 함께 가져가길 간절히 바랐건만, 다시 푹푹 찌는 무더위가 고개를 들었다. 사람을 녹일 듯 기세등등한 태양 아래서 끈적끈적한 땀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특히 땀이 많은 체질인 경우, 땀을 흘리는 모습과 냄새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민망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름이면 누구나 나는 것이려니 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다. 땀이야말로 여름철 건강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길잡이다.
자문_기쁨한의원 서창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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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때 나는 ‘자한’
잠잘 때 나는 ‘도한’
땀은 피지와 함께 피부의 건조함을 막아주는 가습기와 같은 존재다. 또한 몸의 열을 함께 배출해 사람의 체온을 적당하게 유지시켜주며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땀이라고 다 똑같은 땀은 아니다. 땀은 크게 ‘자한’과 ‘도한’으로 나뉜다.
저절로 나는 땀을 의미하는 자한은 노동, 운동, 기후 등과는 관계없이 자연히 땀을 흘리는 것을 말한다. 주로 피부의 표부위가 약하거나 기가 허해지면 생기는 현상이다.
기쁨한의원 서창훈 원장은 “자한은 움직이면 땀이 더 많이 나기도 한다”며 “대체적으로 피부의 표부위가 약해서 땀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몸에서 까닭 없이 땀이 날 때는 술과 카페인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뜨겁게 음식을 먹거나 강한 향신료를 쓰는 것 역시 피하는 게 좋다. 또 자한증에는 황기, 인삼 등을 이용해 기를 북돋워주면 좋으며 가정에서는 인삼차나 인삼과 우유를 섞어 마시는 인삼셰이크로 기운을 올려주면 도움이 된다.
도한은 잘 때 나는 땀으로, 주로 식은땀이라고 표현하는데 보통 몸속에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다. 몸 안에서 열이 생기면서 수분을 필요 이상으로 증발시키는 것이 원인이 된다. 도한증은 밤새 땀을 과도하게 흘리기 때문에 불쾌감으로 인해 수면장애가 오기도 하며 과도한 수분 증발로 인해 식욕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화돼 만성피로, 무기력증을 초래하는 등 건강을 해치기 쉽다. 수분 부족에 고통 받기 쉬운 만큼 평소에 물을 자주, 그리고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또 제철 과일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도 좋다.
두한ㆍ심한ㆍ수족한 등
부위에 따라 원인 달라
땀이 어느 부위에서 나느냐에 따라 원인도 다르다.
부위별로는 땀이 머리에서 나는 ‘두한’, 심장부위에서 나는 ‘심한’, 손발에서 나는 ‘수족한’, 생식기와 허벅지에서 나는 ‘음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머리는 모든 양(陽)이 모이는 곳이어서 양기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한다. 머리에서 땀이 계속 나면 탈모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어지럼증 등이 동반된다. 따라서 열을 식혀주는 한편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도 좋다.
심한은 대체로 신경을 과다하게 쓰거나 할 때 나타나게 되고 때로는 겨드랑이와 명치에서 땀이 나는 것도 심한의 범주에 포함되기도 한다. 이 경우 육류, 계란, 우유, 버터, 치즈 등 체취를 더할 수 있는 고지방식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반면 쌀이나 보리의 배아, 깨, 당근, 호박, 시금치, 비타민E 등은 악취발생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챙겨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족한은 위장기능, 소화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또 발에만 특별히 땀이 많이 나는 경우라면 소화기관의 이상과 관련이 깊다. 소화를 관장하는 비장과 위장이 손상되어 인체의 수분이 몸 속에서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고 손이나 발끝에 머물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것이다.
음한은 남성 갱년기로 정력이 감퇴되고 양기가 약해지거나 과도한 음주로 간에 피로물질이 쌓이는 것이 원인이다. 보통 중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땀 많이 흘리는 다한증
따뜻한 음식이 도움 돼
땀이 난다고 해서 차가운 음식을 먹기보다는 삼계탕과 같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비위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 좋다.
다한증을 예방하는 데 제일 좋은 것은 평소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를 피하고 휴식과 안정을 충분히 취해야 하며 육류나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산수유차, 황기차, 오미자차, 생맥차 등은 모두 다한증 예방에 좋고 피로회복 등의 효과도 있으므로 미리미리 달여두고 마시도록 하자.
서 원장은 “여름철 적절한 땀은 체내의 노폐물을 없애고 체온을 적당하게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며 “땀이 나고 덥다고 에어컨 바람을 과도하게 쐬는 것은 좋지 않으며 적당히 땀을 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몸의 기능이 떨어져서 땀이 나는 것은 몸이 나빠지고 있는 징조니 쉽게 무시하지 말고 가까운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건강하게 땀 흘리는 법
▶ 반신욕을 한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몸을 담근 채 5~10분 정도 있다가 땀이 주르륵 흐르면 욕조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 운동을 하며 나는 땀은 건강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더운 기운에 땀구멍이 열리게 되므로 건강하게 땀을 흘리는 최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운동을 피하고, 서늘할 때를 골라 햇볕을 차단할 수 있는 모자 등을 준비해 운동한다.
▶ 땀이 났을 때는 수건으로 천천히 닦고, 땀구멍이 닫힐 때까지 시간을 좀 가졌다가 샤워를 한다. 또한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셔야 몸 속의 혈액이 농축되어 혈액순환장애를 막을 수 있다.
▶ 찜질방에서는 무조건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5~10분 간격으로 밖에 나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들어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