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화는 이미 웰빙바람을 타고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몸이 불편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차 도구가 만들어 졌다고 하겠다. 눈이 불편한 장애인들이나 손 떨림이 심한 어르신들에게 차를 마신다는 건 ‘그림의 떡’일 수밖에. 하지만 도예가 우동진 씨가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차 도구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매곡동 천불사를 끼고 도는 길의 언덕바지에 있는 매곡요를 찾아 그곳 주인장 우동진 씨(53)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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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차 도구 전문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매곡요 우동진 사기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줄여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하나됨을 바랐다. 또 노령화 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접근가능한 차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충족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우 씨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차 도구를 제작하게 된 것은 노인과 장애인 복지에 관심 많은 전문가 11명과 함께 ‘노인과 차선복지’라는 단행본(2009년 출판)의 도자부분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고. 우 씨의 남다른 차 도구 제작에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어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우 씨의 가족 중 장애를 가진 이는 없다고 한다. “장애인을 위한 차 도구 제작을 위한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남들보다 먼저 가졌을 뿐이다”고 겸손의 말을 전했다.
점자 다관, 대나무 물식힘 사발
5종의 차 도구 제작
우 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 도구와 편마비가 있는 사람을 위한 왼손잡이용과 오른손잡이용 다관, 치매대상자와 손 떨림 대상자용 등 어르신과 장애인의 상태에 따라 나누어 각각의 편리성에 관점을 두고 모두 5종의 차 도구를 만들었다.
시각장애인에게 눈과 같은 점자를 새겨 넣었으며 시각장애인들의 또 다른 장애에 대한 부분으로 전반적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인들도 사용가능하고 점자 부분은 미끄럼방지 효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손 떨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관과 물식힘 그릇의 손잡이 부분을 도자기로 고정시켜 안정감을 주는 한편 대나무로 손잡이를 만들어 불안한 동작으로 인한 미끄럼을 방지했고 떨리는 충격을 흡수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또 기존 1개의 손잡이를 가진 차 도구에 2개의 손잡이를 부착해 두 손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루차를 마시는 말찻잔의 경우에는 손잡이의 크기를 크게 주어 안정감을 유도했다.
또한 편마비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이를 위한 차 도구에서 남다른 우 씨의 배려를 알 수 있다. 오른쪽 편마비는 일상생활을 오른쪽으로 사용하던 사람일 경우 상당한 불편을 겪으며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 기존의 도자기는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이었고 정상적인 대상자가 기준이었으나 우 씨는 오른쪽 편마비자를 위한 그들만의 차 도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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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인식 제작 어려움
특허 제안 마다하고 기술 개방
차 도구를 만드는 과정 중 시각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점자를 표기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다고. 도자기 소성 전과 소성 후의 수축율 차이로 인해 점자 오타의 발생이 생겼으며 시각장애인들의 인식 불가로 판정되기를 여러 차례, 우 씨는 점자의 접근 방식은 비장애인의 생각으로는 그들과 공유점을 찾지 못한다는 인식 하에 여러 차례 수정ㆍ보완하는 작업과 점자의 미세한 부분에 대한 연구한 후에야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힘든 과정 끝에 선보인 차 도구를 본 일본 총영사도 점자 다기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장애인들을 배려한 그의 노력을 인정했다고 한다.
주변의 지인들은 우 씨에게 차 도구에 관해 특허를 내라고 한다지만 우 씨는 많은 도예가들이 함께 더 좋은 차 도구를 만들어가길 바라며, 자신이 장애인용 차 도구 만들기를 시작했다는 자체만으로 의미있다며 디자인과 기술을 개방했다.
마지막으로 우 씨는 “문화라는 것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공평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을 위한 차 도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과 나 자신과의 사이에 있던 편견이라는 벽을 허물고 공감할 수 있는 배움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