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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미술아 놀자]서로를 힘나게 하는 것들..
오피니언

[미술아 놀자]서로를 힘나게 하는 것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10/26 15:35 수정 2009.10.26 03:44



↑↑ 김지영
미술심리치료사
민미협 양산지부장
ⓒ 양산시민신문
따가왔던 여름 한 철을 보내고 맞이한 가을 아침에 베란다에 서면 창을 통해 느껴지는 찬 공기가 맑은 구슬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먼산 가득 소나무숲 속에서 은은하게 노래가 들리는 듯 하고 실구름 피어나는 하늘에는 코발트빛으로 희망이 부풀어 오른다.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바뀌는 것, 즐거이 삶을 사는데는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매주 한번 평생교육강좌에서 ‘미술치료’ 를 강의하다 보면 수강생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삶을 바로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처음에 그들은 자기 아이들이나 타인에게 활용하기 위해서 미술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배우러 오지만 수강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게 되고 자신조차 잘 알지 못했던 심리적 응혈과 상관관계를 체득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탄생과 성장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간에 사랑과 집착을 분간하지 못하므로써 지워지지 않는 고통을 안고 사는 경우도 있다. 유아와 청소년기에 적절한 사랑의 자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큰 사람들이 사회의 부정적인 계층으로 자리잡아 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들어 인면수심의 잔혹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사이코패스가 자주 생겨나는 것은 이런 환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할 것이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남을 칭찬할 줄 모르고 친구를 이해할 줄 모르고 질투와 경쟁으로 가득찬 삭막한 인간장막을 조성할 뿐이다.

나는 올해 강좌를 준비하면서 매회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내주기로 했다. 그것은 자신의 가족 구성원들끼리 하루에 세 번씩 상대방을 기분좋게 하는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또 자식에게,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에게 각각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고 한다. 매일처럼 보는 가족끼리 어색한 아부성 인사를 건네는 것이 너무 쑥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부부간에 그런 인사말을 나누는 것이 경상도 사람들에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잘 되지 않음을 호소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남편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와 “당신 오늘 참 이쁘구려” 하고 말을 건넸다는 것.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아내는 “고마워요. 당신이 늘 수고해 주니까 우리가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하고 화답해 주었다고 한다. 이제는 아이들한테도 쉽게 학교나 바깥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 묻고 칭찬을 하는데 주저함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밝고 유쾌한 기운이 전파되는 것 같다.

우리 지역은 선거철이라 바깥에 나가보면 부쩍 소란하고 활기차 보인다. 하지만 선거운동 와중에 서로를 향한 비난과 질타가 정도를 넘어서 볼썽사나운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선거가 끝나면 또 다시 이웃으로 지내야 할 사람끼리 지나치게 반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어려운 형편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온정을 나누어야 할진대 좀더 따뜻하게 상대를 어루만지면서 힘나게 하는 말을 건네면 얼마나 좋겠는가. 추운 날씨조차도 단번에 녹일 “힘내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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