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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조국의 품에 안긴 사할린 동포..
오피니언

[데스크칼럼]조국의 품에 안긴 사할린 동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10/26 09:45 수정 2009.10.26 10:22



ⓒ 양산시민신문
60여년 전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가 동토인 사할린에 남겨진 우리 동포가 아직도 4만여 명에 이른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고향을 잃어버리고 소련 연방의 국민으로 살아온 그들은 조국의 부름을 기다리며 나이를 먹어갔다. 말과 글을 잃어버리고 문화와 예술을 망각한 채 살아남는데 급급했던 그들은 유배지로 알려진 추운 섬지방에서도 귀향의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영구귀국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추진되기 시작했는데 2007년 이후 사업을 확대하여 2천명 이상의 동포들이 고국 품에 안겼다. 작년부터 1세 배우자와 장애자녀 동반, 1세+2세 부부의 귀국을 허용함에 따라 2세가 딸린 부부들이 대폭 신청하여 874명이 등록을 하게 되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인도주의 차원과 사할린 동포들의 열망을 수렴해 874명 전원을 귀국시키겠다고 밝혔다.

올해 사할린 동포 영구귀국사업으로 들어온 동포들은 경기권(파주, 오산)과 충북(음성), 충남(천안), 경남권(양산, 김해)을 합해 모두 6개 지역에 분산 정착하게 된다. 우리 지역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대상은 모두 40세대로 지난 23일 상북면 대석주공아파트에 1진이 도착해 고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사할린은 북태평양의 조그만 섬에 불과하지만 자원이 풍부하여 일찍이 러시아와 일본의 노림을 받아왔다. 19세기 중반에는 러시아에서 주로 죄수나 사상범들이 추방되어 오는 곳이었다. 유명한 작가 체홉도 여기서 3년의 유배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러시아와 일본이 합작사업을 시작했고 1905년 러시아와 일본령으로 남북이 분단되기도 했다. 1940년대로 들어서면서 대동아전쟁에 필요한 군수공장에 투입되는 인력으로 징용이 실시되고 해방되기 전까지 우리 동포 수십만명이 끌려갔다가 일부는 사할린까지 가게 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 전쟁이 끝난 후 섬 전체가 소련사회주의공화국(USSR)의 소유가 되면서 일본도 러시아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가운데 사할린 동포들은 그대로 눌러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시는 밟아보지 못할 것으로 알고 살았던 조상의 땅에 돌아온 사할린 동포들은 떨어져 살았던 세월만큼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문명의 기준, 삶의 질, 인간의 가치 등 모든 분야에서 낯선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흡사 원시의 오지에서 수십년을 살다가 느닷없이 도시 한가운데로 던져진 소설 속 주인공과 다를 바 없다.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좋은 잠자리나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가족에게만 느낄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이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적십자봉사원들이 지원팀을 이루어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때까지 보살피는 일을 맡아 한다고 한다. 적십자봉사원들은 최근 북한을 탈출한 새터민들의 정착사업에도 참여해 빠른 정착생활을 돕고 있는 전례로 볼 때 다정한 친지처럼 사할린 동포를 돌볼 것으로 기대가 된다. 

새터민들이 양산에 정착해 살면서 처하는 여러 가지 경우를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필자는 그들도 당당한 우리 민족이고 역경을 거쳐 자유의 몸이 된 기구한 인간승리의 당사자이므로 행복추구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다.

새터민이든 사할린 동포든 억압되고 폐쇄적인 사회제도 하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자유스러운 개방사회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 주변 이웃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낯선 이방인을 대하듯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본다거나 아직 익숙하지 못해 저지르는 실수를 힐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선거라는 것도 처음 보는 생소한 사회제도일 것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 국회의원을 뽑는 참정행사를 겪어보지 못한 그들이기에 거리의 유세나 가두방송, TV토론 등이 신기하기만 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 보는 이들에게 선거의 부정적인 면이 과도하게 보여지는 것은 지양하도록 하자. 그들도 가까운 장래에 직접 투표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인데 진정으로 사람됨과 능력을 비교 판단해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멋진 대결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 정착하는 사할린 동포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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