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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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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302호 입력 2009/10/20 17:29 수정 2009.10.20 05:29



 
↑↑ 윤계영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 양산시민신문 
학교폭력 양상이 심각해지고 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2009년 8월 일부 개정됐다.
 
개정 법률에서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와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신체적·물리적 폭력과 집단 따돌림과 같은 정신적 폭력이 모두 포함됨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상담하는 대부분의 부모는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다는 반응이거나 심지어 아이가 학교에서 겪고 있는 상황이 학교폭력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학교폭력 상황을 알게 된 부모가 상대방 아이를 개인적으로 만나 야단을 치거나 사이좋게 놀도록 타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고자질을 했다고 학교에서 집단놀림을 당하거나 더욱 교묘하게 학교폭력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되면, 이제 더 이상은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무기력한 마음에 쉽사리 피해경험이나 상황을 드러내지 못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다거나 학교폭력 피해상황에 노출됐다면, 어느 부모인들 분하고 화가 나지 않겠는가? 충분히 이해되지만, ‘가만두나 봐라’ 는 급한 마음에 아이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가해 학생들을 만나거나 학교를 찾아가서 따지는 행동들이 정작 그 속에서 생활하고 부대껴야하는 아이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 것이며, 영향이 어떻게 미칠 지는 대부분 고려하지 않는다. 덕분에 부모는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한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피해청소년들은 스스로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뎌보다가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알게 되는 시점은 적어도 1~2번 이상의 피해경험이 있었고 아이가 나름 애써봤지만 해결이 안될 만큼 심각해져서야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두렵고 힘들었을 마음을 충분히 어루만져 주되,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생각과 의견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동안 어떤 방법을 써보았는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듣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예상되는 상황들을 함께 탐색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아니라 가장 빠른 해결방법이다.

또한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개별적으로 가해 학생들을 만나기보다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학교폭력 심의기구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적극 활용하여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어설픈 해결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다시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폭력 상황에는 아이들 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힘을 가지지 못한 피해학생은 이미 일어난 상처와 상황에 대한 대응은 물론 수치심과 공포 등과 같은 정신적 충격과 갈등으로 인한 심각한 좌절을 겪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폭력 피해상황에서 벗어나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영향력 있는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 등 반드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는 말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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