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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자!]아버지의 사과편지(무코다 구니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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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책 책을 읽자!]아버지의 사과편지(무코다 구니코/강)

양산시민신문 기자 272호 입력 2009/03/18 09:47 수정 2009.03.18 09:48

ⓒ 양산시민신문
무코다 구니코는 한 시대를 풍미한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소설가이다.

그가 쓴 첫 번째 에세이집인 이 책에는 24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주로 태평양전쟁 전 일본의 평범한 가정 생활상이 마치 일일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잘 그려져 있다.

요즘 말로 하면 미혼모로,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 기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앞뒤 없이 일을 저지르는 성격을 가진 할머니가 있고, 부친의 얼굴도 모른 채 친척집 셋방살이를 전전하며 성장기를 보낸 아버지도 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이란 학력으로 보험회사 급사로 들어가 젊은 나이에 지점장이 된 성미가 급하고 까다롭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늘 권위적이나, 가족을 위해 상사 앞에 비굴할 정도로 엎드려 절하는 그이기에, 원망으로 가득 찬 자식의 가슴에 뜻밖의 애달픔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평소 꾸물거린다. 미련하다고 아버지에게 온갖 구박을 당하며 사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아버지가 월급봉투를 택시에 두고 내렸을 때는 아버지를 밀치고 버선발로 뛰어가 택시를 붙잡는 육상 선수가 되고, 아버지 월급만으로 한창 크는 아이 넷을 포함해 일곱 식구를 건사한다.

그리고 군것질을 가지고 다투다가도 아버지에게 혼난 누나가 불쌍하다며 쇠망치로 눈깔사탕을 쪼개어주던 남동생과 두 여동생도 등장한다.

“추억은 너무 완벽한 것보다 약간은 부족한 듯 사람 냄새가 나는 편이 더 그립다”고 말한 이런 따뜻한 얘기를 선사한 그가, 갑작스런 비행기 폭발 사로고 운명을 달리한 그가, 오늘 문득 그리워지게 하는 책이다.


양산시립웅상도서관 사서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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