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재외국민 투표권 관련법 개정..
오피니언

[화요살롱] 재외국민 투표권 관련법 개정

양산시민신문 기자 267호 입력 2009/02/11 10:30 수정 2009.02.11 10:37

ⓒ 양산시민신문
최영호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는 오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영주권자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19세 이상의 재외국민 전원에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 투표권이 부여된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해외 일시체류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부재자 투표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에 국내 거주신고를 한 재외국민에게는 국내 지방선거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본회의 직전에 도입 여부를 놓고 약간의 논란이 일었던 항해 중 선상 투표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선박이 정박한 경우에 한하여 선원들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2007년 6월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08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들이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이를 개정하지 않고서는 당장 오는 4월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치르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연시 국회가 파행과 혼란을 겪으면서 수많은 법안과 함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심의가 미루어졌으며 새해 들어 뒤늦게 서둘러 입법부가 헌법재판소의 판시 사항을 이행하게 된 것이다.
 
관련법 개정안이 정치개혁특위에 상정되기 전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어느 정도 범위까지 부여할 지를 둘러싸고 서로 이견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19세 이상의 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관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재외국민 대부분이 대체로 보수 성향이 강할 것으로 보고 선거권을 폭넓게 부여할 경우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반면에 민주당은 먼저 유학생, 상사주재원, 공관원 등 일시 체류자만을 대상으로 하여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재외국민 유권자가 줄어드는 대신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어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야당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에 열린 정치개혁특위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의견대로 영주권자를 포함하여 재외국민 모두에게 전면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하는 내용을 결정했다. 종래 일시 체류자에 대한 부재자 투표도 허용하지 않던 상황에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제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영주권자에게까지 한꺼번에 '본국' 참정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전향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전향적' 결정은 입법부가 정당의 당리당략을 수면 아래 잠재우고 2007년 헌법재판소의 판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 참여권,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주민등록이 되어있을 것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했으며,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 또는 국외거주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이 영주권자에 대한 점진적인 참정권 부여 방안 등과 같은 적극적이고 유연한 논리를 개진하지 못하고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지 못한 것도 '전향적'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재외 한국국민 인구를 단기체류자 155만 명, 영주권자 145만 명, 도합 3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5만 명(85%) 가량이 19세 이상의 유권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에서 230만 명 정도가 유권자 등록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외국민 가운데는 미주 지역과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주 지역의 재외국민 유권자만 해도 80만 명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 1997년의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39만 표 차이로, 2002년 제16대 선거에서 57만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주 지역의 유권자 표에 따라 대권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문제는 국내외 국민 뿐 아니라 외국 국적으로 가진 재외동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문제와도 연관성이 있는데다가 종국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변화를 가져오는 문제로써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법률적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렇듯 사안이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등을 통하여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단 두 차례의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입법부가 이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지난달 하순에 열린 두 차례의 소위원회 회의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 것 같지도 않다. 첫 번째 회의에서 하루 만에 모든 내용을 심의했으며 두 번째 회의에서는 재외국민의 선거운동 제한 방안이나, 선거사범 처벌의 유효성 확보 방안, 재외국민 확인 절차 등, 선거 행정에 관한 보고를 듣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