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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 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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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267호 입력 2009/02/11 10:28 수정 2009.02.11 10:35

ⓒ 양산시민신문
웅상지역아동센터
야간보호교사 신세정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며 야간보호교사로 지낸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처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권기금 야간요보호사업의 야간보호교사가 돼 지역아이센터의 문을 열 때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혹시 삐뚤어진 아이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도 많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사람을 잘 따르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아이들과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곤 했는데, 펜을 드니 한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아이는 소극적이고 말이 적은 숫기 없는 아이여서, 가끔 옆에 친구를 툭 때려서 싸우기도 하고, 괜히 트집을 잡아 틈틈이 싸우는 통에 지도하는 선생님의 애를 태우곤 했다.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해서 언어로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나타내기가 조금 어려워 보였고, 그래서인지 점점 말수가 줄고 친구들과도 더욱 소극적으로 어울리곤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미술에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저녁 식사를 마치면 미술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오셔서 그림 수업이 시작됐는데, 그 아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너무나 신나고 열심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참여하며 자신의 감정을 스케치북 위에 마음껏 표출하며 즐거워했다. 어떤 때는 예쁜 색깔로 그림을 그려서 벽에다 붙이기도 하고, 자기 그림을 옆에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이제는 다른 아이들과도 신나게 놀기도 하고, 간식이 적다고 투정부리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밝고 천진스럽다. 늘 조바심 속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들과 나는 안도의 숨을 쉬고, 늦게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때로는 너무나 막 나가서 애를 태우고, 공부하기 싫어서 잔꾀를 쓰는 통에 속도 상하지만, 풍선도 함께 만들고, 함께 프로농구도 보고, 뮤지컬도 보면서 '나도 어릴 때 경험하지 못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구나', '자신감을 심어주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저절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복권기금 야간요보호사업'을 진행 중인데, 저녁식사를 마치고도 저녁 9시까지 아이들을 보호한 뒤, 아이들을 집 앞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주니, 학부모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아이들도 때로는 단체로 도주(?)하여,애써 찾아주신 자원봉사자 선생님에게 민망한 적도 있었지만, 혼자서만 지내다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들이 센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저녁 간식도 함께 먹고 주말에는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밝아지며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는 마음으로 밝고 긍정적인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조그마한 소망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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