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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만다라의 회색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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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살롱] 만다라의 회색빛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9/01/21 12:46 수정 2009.02.27 10:03

ⓒ 양산시민신문
서은주
양산대학 아동미술복지보육과 교수

 
무엇인가를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것이 주어진 인생을 알차고 성실하게 사는 것으로 알고 간신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너무 열심히만 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해체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들을 나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만다라가 가지는 통합성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어지며, 정신은 시공을 초월한 만다라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지혜롭게 만들어 준다. 만다라는 본질과 소유,성취의 의미로서 명상을 통해 체득한 경지를 원과 사각형을 기본 구성으로 시각화한 티베트의 대표적인 불교미술이다.
 
만다라를 심리치료에 처음 적용한 사람은 칼 구스타브 융이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융은 만다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만다라는 인간 정신 속의 중심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한 인간의 성격에 중심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심은 인간생활의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모든 것을 정돈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심으로부터 솟아나는 에너지는 거의 중재할 수 없는 충동적인 것으로, 표출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인간성격의 중심은 자아차원에서는 느껴지거나 생각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자기차원에서는 가능하다.우리들이 그린 만다라에 나타나는 색상은 자신의 신체내부 장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감성적인 느낌과 직관들을 그대로 표현한다고 한다.
 
회색은 겨울을 상징하는 색이다.
로제 아우스랜더의 시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꿈이 회색으로 될 시간이니 / 꿈은 안절부절 못하고 내가 숨을 돌릴 동안 / 이미 내 머리에 내려앉았다"
 
하늘이 회색으로 변하며, 바람은 불어오고, 기분도 급변하여 희망이 사라지니, 초월성에 대한 관계가 해체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회색이 지니고 있는 특징은 다른 색상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채색이기 때문에 느낌의 부재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회색 같은 중성이라는 뜻은 개인이 더 이상 감정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만다라에 나타난 회색은 인정된 세계와 거부된 세계 사이를 분리하며, 동시에 색을 인정하지 않고 혼합, 미결정, 미분화, 은폐를 표현한다. '대규모 뤼셔 검사'에 따르면 회색을 선호하는 사람은 숨기는 경향이 있으며, 대면과 갈등의 영역이 넓게 널려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두운 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밝은 색도 아니다. 색채를 혼합한 것도 결코 아니다. 그에 따라 회색은 모든 심리적 경향에서 자유로우며 그 자체에 태연함을 지니며 흥분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회색은 집중적인 내면과 중심을 벗어난 외면, 긴장과 풀어짐 사이의 경계점이다. 회색 계열은 뉘앙스에 따라 선택한 사람이 현재의 생활상태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어떠한 기분에 있는지, 행동 상의 중립적 자극인 회색 단계에서 자신의 심리적이며 자율신경계에 의한 긴장상태와 흥분상태를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줄 수 있다.

또한 회색은 무관심, 안개, 흐린 대기, 강과 바다에 투영되는 잿빛 비구름의 색이기도 하다. 이 색은 암담한 날을 말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탐구와 완성과 마음의 치유를 필요로 한다. 미술치료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어떤 탈출구로서의 통로를 찾았다는 확신으로, 나 자신 역시 끊임없는 기대와 위로 속에서 정신적 외상의 치유를 만다라에 의존하고 있다.

'중용'이란 미명아래, 가만히 있으면 2등은 한다는 비굴한 생각이 마음의 여유라고 자처하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받는 회색빛깔의 사람들, 자신의 첫 번째-우열이 아니라 간절함-소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저 살아나가기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위로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에게 항상 겨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는 계절의 변화처럼 색상의 체계도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회색빛의 완성과 치유를 위한 새싹 돋는 희망의 봄은 어떤 색깔로 표현될 수 있을까.

자신만의 색으로 봄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만다라의 진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색상들은 서로 화합하고 공명한다. 전통적으로 특정한 색상들의 공존은 특정한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하며, 심리학에서도 어떤 색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것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아침햇살이 퍼지게 되면 어둠에 빛이 첨가되면서 검은 색이 파란색으로 변하게 된다. 괴테는 검은색이 빛으로 옅어지면서 푸른색으로 변하는 것은 물질이 정신 화되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야말로 만다라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주는 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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