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실종된 박동은 학생의 빈방. 돌아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서 부모의 애끊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추석이지만 이럴 때면 더 가슴이 미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실종가족을 둔 가정이다.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www.182.go.kr)에 따르면 양산지역에서 실종가족으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4명. 2006년 5월 실종된 이은영(당시 13세), 박동은(당시 11세) 학생을 비롯해 2003년 실종된 이복도(당시 70세) 할머니, 1999년 실종된 이광천(당시 3세) 어린이 등이다.
실종 당시 양산시민들은 물론 전국적인 이슈가 됐던 이은영ㆍ박동은 학생은 2006년 5월 13일 '놀러 간다'며 집을 나간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다. 실종 초기 간간히 오던 제보전화도 완전히 끊겼으며, 수사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모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 전단을 뿌리며, 사라져가는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결국 무관심만 돌아왔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사람들 발에 밟히는 전단지를 보다 못해 이제는 전단지 배포를 그만두고 집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이복도 할머니는 하북면 자택에서 2003년 4월 18일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 뒤 소식이 없다. 당시 검은색 스웨터에 베이지색 긴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키 164cm에 몸무게 50kg의 체격을 갖고 있다. 이 할머니는 특히 간암수술을 받은 뒤 말을 못하고, 치매증상이 심해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1999년 남부동에서 실종된 이광천 어린이는 실종된 지 9년이나 흘러 당시 사진이나 특징으로는 찾기가 어려워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실종 당시 키 110cm, 몸무게 15kg에 검정색 상의와 청색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실종가족을 둔 부모나 자식들은 실종 초기 대부분 전단을 배포하고, 전국 보호시설을 돌며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싸늘한 무관심과 절망뿐이라고 한다.
박동은 학생의 어머니 정향숙 씨는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어차피 가족들이 감당해 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명절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면 어색한 대화가 이어지거나 대화가 끊어지기도 하고, 동정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미어지는 가슴에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하는 실종가족들. 치유되지 못할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이번 즐거워야 할 명절은 더 이상 명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