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남 도내에서도 수입이 높고 상대적으로 투자수요는 적은 이른바 '노른자 도시'로 각광을 받았던 양산이 낙동강 너머로 중심이 옮겨간 경남도로부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부산 부민동 도청시대에 양산군은 그야말로 A급지였다. 1972년 당시 도내에서 가장 큰 위세를 자랑하던 동래군 지역을 흡수합병하면서 동부경남의 핵심으로 자리한 양산은 경제개발중심의 국가정책에 힘입어 신흥개발도시로 괄목할 성장을 이루어나갔다.
역사 속에서 옛 통일신라시대에 도읍지인 경주에 버금가는 변방 제일의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시절을 떠올릴 만큼 발전을 거듭해 1996년 드디어 시로 승격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지금의 기장군 일대 5개 읍면지역을 부산시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된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양산이 그동안 일궈온 성과는 엄청나다. 특히 중단 위기에 내몰렸던 신도시 건설이 재개되면서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이 이전하는 양산캠퍼스를 중심으로 노인,아동 전문병원과 한의학전문대학원 등 생명, 의료산업과 연구단지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차원의 정책결정에서 광역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여 삐걱거리는 상황들이 잇따르면서 양산의 성장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지 않은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예비인가를 둘러싸고 경남 도내의 신청대학이 모두 탈락하는 충격 속에서 지역에 연고를 둔 영산대학교의 로스쿨 유치 추진에 대한 지원세력이 너무 약하다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단순히 실사점수에 의존하자면 충분히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다른 여러가지 논리에 밀려 선정에서 탈락한 것도 억울하지만 경남도에 추가로 한 대학이 선정된다 하더라도 과연 경상대학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서 승산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만큼 당시 경쟁과정에서 경남도가 거의 일방적으로 경상대학교를 지원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30만평 규모의 부지에 30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양산시가 적극 나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메디칼폴리스를 이루겠다는 결의에 찬 사업 추진이 경남도의 충분한 지원사격을 받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양산시는 현재 조성 중인 양산부산대학교병원과 함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여 부산, 울산, 경남을 잇는 동남권 의료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다. 이후 지난 4월 3개 광역단체장들이 공동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의료단지의 양산유치를 위한 용역에 착수키로 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연구용역의 발주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앞장서 주어야 할 경남도가 팔짱을 끼고 있다. 양산시가 올해 초 의료단지 유치를 위해 도의 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주기를 건의했으나 아예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양산시민들의 생활권이 부산이나 울산에 더 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부산도시철도의 양산 연결, 울산시내버스의 웅상지역 관통 등 지리적으로 연결되는 시민생활권의 형성은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때 대도시에 위치한 대형 쇼핑센터의 버스 편법운행이 말썽이 돼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이용객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남도라는 주소상의 광역단체가 아니라 얼마나 혜택을 입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양산시민들은 형제보다 먼 이웃에 둘러싸여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 세무서는 부산으로, 법원은 울산으로, 병무청은 창원으로, 심지어는 시의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고자 해도 창원까지 드나들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취득세나 등록세 등 중요한 세금인 도세(道稅)는 해마다 1천억 가까이 납부되고 있다.
이렇게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 도의 홀대를 받고 있다면 시민들의 정서는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부산시 편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비단 학구 문제만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차제에 양산시는 메디컬폴리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경남도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양산의 목소리가 코미디에나 나오는 변방의 북소리로 격하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