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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풀뿌리문화] “오선지 위의 마법을 믿어요”..
문화

[풀뿌리문화] “오선지 위의 마법을 믿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233호 입력 2008/05/27 16:52 수정 2008.05.27 04:02
웅상청소년오케스트라

첼로의 지판을 누르고 바이올린 현을 키는 손놀림이 바쁘다. 악기 소리에 집중하고 파트너의 호흡에 귀를 기울이자 하얀 오선지 위에 그려진 검은 음표가 춤을 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악기 연주하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이들이 모인 곳, 웅상청소년오케스트라다.
ⓒ 양산시민신문


웅상청소년오케스트라(지휘 이용하, 이하 오케스트라)는 웅상 지역에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에 의해 움직이는 유일한 음악단체다.
이용하(38) 단장은 양산시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문화 환경에 놓여 있던 웅상에서 청소년에게 클래식 음악과 순수예술 등을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 2005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웅상에서도 문화 누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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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고 해서 자라나는 꿈나무들인 아이들까지 음악을 접하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창단을 서둘렀고 힘들지만 주민들의 도움으로 한 해 한 해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37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웅상문화체육센터에서 ‘샹송과 세레나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제2회 신춘음악회를 가져 250여명의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이 단장은 웅상청소년오케스트라의 특징을 ‘강요’가 아닌 ‘자유’라고 설명한다. 타 오케스트라에 비해 음악을 전공하는 단원들이 적은 이유도 음악을 하는 즐거움을 먼저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이곳은 누군가를 위해서 연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연주하는 아이들이 모인 곳입니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단 서툴지만 내가 즐겁기 위해 연주하는 것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단원이 평생을 함께할 취미활동으로 음악을 선택하길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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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통해 위로받고 성장하고

오케스트라 창단 멤버로 클라리넷 파트를 맡고 있는 강다현(웅상여중3) 단원은 학업 스트레스를 클라리넷으로 치유한다.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을 지닌 클라리넷을 연주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진정된다고.

강 단원은 이런 클라리넷의 힘을 믿기에 이성적 판단을 주로 하는 의사의 메마른 가슴을 클라리넷 연주로 적셔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손새미(월평초6)단원은 경쾌하면서도 동시에 하늘을 찌를 듯이 날카로운 음색을 지닌 바이올린에 매료됐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는 모든 것을 잊고 지판을 누르는 손의 감각, 현을 키는 힘의 강약에만 집중해 춤추는 듯 한 선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집중력이 매우 높아진다고. 덕분에 바이올린을 연주한 이후로 성적도 좋아졌다며 싱글 벙글이다.

두 단원 외에도 대다수의 단원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즐거워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느리고 서툴지만 악기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몸이 반응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또 다른 기쁨. 이것이 바로 웅상청소년오케스트라가 지금보다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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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용하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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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하 단장이 오케스트라를 창단 운영하면서 가진 신념은 ‘음악을 하는 내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두각을 보이면 부모 등쌀에 밀려 전문 음악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처절한 경쟁을 해야 하는 음악세계에서 이 단장의 신념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단장은 단원들에겐 악기와 친구가 되고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학부모에게는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음악 전공을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동의대학교 음악학과 외래교수와 울산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으로 전문음악인의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자신이 그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원이 굳은 결심을 했다면 그때부터는 모든 힘을 다해 격력하고 응원하며 지원해준다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진짜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원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죠. 어떤 경우든 단원들이 평생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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