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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흥부와 놀부
오피니언

[화요살롱] 흥부와 놀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8/05/06 16:41 수정 2008.05.08 05:32

 
↑↑ 박미경
영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양산시민신문 
흥부와 놀부는 각자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박씨 하나씩을 얻어서 처마 밑에 심었다. 박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흥부는 박을 보고 배부를 수 있겠다고 그리고 바가지를 만들어서 어려운 살림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뿌듯해 했을 것이다. 놀부는 박이 자라는 것을 보며 이제 큰 부자 되었다고 신이 났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놀부네 큰 박들을 보며 놀부를 부러워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흥부에게 일어난 일이나 놀부에게 일어난 일이 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설렁 설렁 박을 탔다. 그러나 박을 타고 보니, 두 사람의 기대와는 다른 일이 생겼다. 흥부는 상상하지도 못한 것을 받았다. 놀부도 상상하지 못한 것을 받긴 받았다. 이미 흥부가 박 속에서 나온 온갖 좋은 것으로 부자가 된 것을 보았던 이웃들도 놀부네 박에서 나온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특히 놀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나도 내 동생이 말한 것처럼 제비 다리 고쳐 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른 것이 나왔는가? 제비나라 임금이 무엇인가를 착오로 이런 것을 보내준 것이 틀림없다.

나는 늘 내가 한 것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놀부는 자신이 제비 다리를 고쳐주기 위해 그래서 박 씨를 얻기 위해 제비에게 어떻게 하였는지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기억할 수가 없었다. 잊고 싶었던 것이다.

흥부 놀부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야 왜 놀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 밖에 있는 우리는 알고 있다. 놀부의 박에서는 무엇이 나왔는지 또 그것이 왜 놀부 자신이 기대하던 것이 아니었는지를. 어떻게 놀부가 흥부와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우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살면서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부모가 다 떠나 버린 이웃의 삼남매를 10년 가까이 돌보면서, 늘 더 많은 시간은 같이 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나누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며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어떻게 하면 방과 후의 시간 관리를 잘 하도록 도와 줄 것이며 아이들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어떤 꿈을 갖도록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약간의 공적인 지원을 받는 작은 단체의 소장님은 늘 자신의 사비를 넣어서 또 밤을 새우면서 프로그램을 만들며 준비하는 등 비합리적인 경영을 한다. 쉬어 가면서 예산 범위 내에서 일을 하시라고 해도, 이 기회가 아니면 이런 좋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고 한다.

한편, 무슨 일을 하든지 늘 문서를 만들고 내 이름을 넣어야 하고 누군가와 악수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서 카메라를 보는 순간을 가져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은 땀을 흘리며 자기의 박 씨를 심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박 속에서 나올 많은 좋은 것들을 기대하고 그들의 이웃들은 그 박들을 보고 부러워한다. 그 사람들은 땀을 흘려 박 씨를 심은 것을 기억하며 박을 수확할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자신들이 진정 어떤 마음으로 씨를 심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 있지 않는 사람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박을 거둘지를 알고 있다. 다리를 다쳐 위험에 빠진 제비를 위하는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박 씨를 얻기 위해 제비를 다치게 한 것은 아닌지는 이야기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알 수 있다.

아직은 박을 탈 때가 아닐 뿐이며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을 뿐이지만, 이야기는 끝나게 되어 있다. 그 때 우리의 마음이 어떠하였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 든 박을 수확한다는 것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내 마음을 늘 돌아보며 나의 동기를 점검하게 한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에게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많은 놀부들이 있지만, 내 형편과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제비를 도와주는 많은 흥부들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일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습니다”-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 9장 27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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